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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촉잦았던 「대학생 고모」 추적/실종 40일째… 한별이는 어디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종말론」관련 가출가능성도 수사중
한별이는 어디로 갔나. 방송작가 지상학씨(43)의 막내딸 한별양(12·서울 가원국교 6)이 실종된지 18일로 40일째 행방이 묘연하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단순가출보다는 유괴의 가능성이 높고 그 유력한 용의자가 평소 한별양이 「대학생 고모」라고 부르며 자주 접촉해 왔던 20대 여자라는 확증을 잡고 이 「얼굴없는 대학생고모」를 찾는데 수사력을 모으는 한편 최근 전국적으로 청소년들의 실종소동을 일으키고 있는 종말론에 의한 가출에 대해서도 수사중이다. 경찰은 지금까지 서울 송파경찰서에 수사본부를 두고 실종당시 한별양의 행적을 추적하는 한편 한별양의 주변 인물과 동일전과자 유흥업소 종사자 등 1천여명을 상대로 탐문수사를 벌였고 수배 전단 3만여장을 전국에 배포했다.
경찰은 최근 한별양 친구들과 일기장을 통해 실종당시인 지난달 8일 집근처인 서울 문정동 훼미리아파트 상가 앞에서 한별양과 함께 있는 것이 목격된 20대 여자가 평소 한별양이 친구들에게 말해오던 「대학생 고모」(실제 한별양에게는 40,50대 고모 2명이 있으나 대학생 고모는 없음)와 동일인물임을 새롭게 밝혀냈다.
친구들에 따르면 한별양이 금년 1월부터 『대학생 고모가 있다』는 말을 자랑삼아 자주 해왔고 실종되기 몇달전 송파동 일신여상앞과 집근처 등 두차례 20대 여자와 한별양이 함께 있는 것을 목격했다는 것이다.
특히 한별양이 쓴 5월20일자 일기에는 『대학생 고모와 일신여상앞 K상점에 옷을 사러 갔다』고 적혀 있는데 최근 한별양의 소지품에서 부모가 사주지 않은 의류 3점이 발견돼 수사는 활기를 띠고 있다.
경찰은 일단 신장 1백60㎝에 안경을 끼고,분홍색 반팔 티셔츠와 청바지차림의 대학생으로 보이는 20대 초반 여자의 몽타주를 작성,전국에 수배했다.
이와 함께 경찰은 한별양이 평소 교회를 다닌 점으로 미뤄 종말론에 의한 가출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는데 일부 종말론교회에서는 한별양이 「휴거」됐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전담반은 지난달말부터 부산·광주·대구·충북 등 종말론 교회가 많은 4곳에서 한별양의 행방을 추적중이다.
아버지 지씨도 딸의 실종직후 작가활동을 중단한채 거리에서 수배전단을 돌리며 애타게 어린 딸의 행방을 찾고 있다.
또 한국영화인협회장 유동훈씨(50)가 현상금 1천만원을 내걸었으며 영화배우·감독 등 영화관계자 50여명이 7일 오후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시민들에게 수배 전단을 나눠주는 등 사회단체들이 나서 한별양 찾아주기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가족과 사회단체들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별양의 종적은 실종 사흘뒤인 지난달 11일 『나는 납치됐으며 범인들이 몸값 1천5백만원을 요구하고 있다』는 자필 편지가 집으로 온 것을 제외하고 일절 끊긴 상태다.
유일한 단서인 편지에서 별다른 지문이 검출되지 않은 등 유괴나 실종수사에 필요한 음성·필적·지문 등이 어디에도 없어 이번 사건은 자칫 대구개구리소년 실종에 이은 미스터리로 남을 가능성도 있다.<이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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