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아침] '감자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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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감자꽃' - 권태응(1918~51)

자주꽃 핀 건

자주 감자

파 보나 마나

자주 감자

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

파 보나 마나

하얀 감자



6월, 감자꽃의 계절. 무성한 감자밭 가에 앉고 싶다. 감자는 자주꽃과 흰꽃만 피운다. 꽃이 피면 감자알이 지심을 받아 자란다. 감자가 꿈을 꾸는 것이다. 탄금대에 노래비로 세워진 이 동시는 진리의 단순성을 보여준다. 하이브리드(잡종) 시대에 순종성은 어떤 의미가 있는 건가. 자주꽃 핀 자주 감자는 그 뿌리가 자주색이고 하얀 꽃을 피운 하얀 감자는 그 뿌리가 하얗다. 뿌리와 꽃과 감자가 동색이다.

고형렬.시인

◆약력=▶1954년 강원도 속초 출생 ▶79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대청봉 수박밭' '밤 미시령' 등 다수 ▶대한민국문화예술상.백석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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