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은 되는데 판매가 … 고민하는 현대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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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자사 중고차의 엔진.트랜스미션 등 주요 부품에 대한 보증 기간을 '10년-10만 마일(16만 ㎞)'로 연장했다. 지금까지는 엔진.트랜스미션 등 파워 트레인에 대해서 첫 소유자에게만 '10년-10만 마일' 무상 보증수리를 해 주고, 다른 부품에 대해서는 '5년-6만 마일(9만6000 ㎞)'까지 보증해줬다. 현대차의 이번 조치로 미국에서 첫 소유자가 아니더라도 '10년-10만 마일'의 무상 수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현대차의 이번 조치는 미국에서 신차를 더 많이 팔기 위한 것이다. 비용 부담이 늘어나겠지만, 보증 기간 연장으로 중고차 값이 올라가면 신차 구매자도 증가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31일 "미국에서 차량 판매가 늘지 않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중고차 가격이 경쟁 차종에 비해 너무 낮기 때문으로 분석됐다"며 "자동차 품질에 대한 자신감이 생겨 이같이 조치했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새로운 보증 제도는 5월 기준으로 출시된 지 5년 이하로 주행거리가 6만 마일 미만인 차들에 적용된다. 다만 소비자는 중고차를 살 때 보증을 위해 연식과 주행거리에 따라 500달러 내외의 보증금을 내야 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소비자는 차가 10년 될 때까지 안심하고 탈 수 있고 보증금도 일반 수리비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새로 도입된 보증 서비스에 가입하면 운행 중에 고장이 날 경우 열흘까지 하루 35 달러 정도의 차 렌트 비용과 최고 75달러의 견인 비용 등을 보조받는다.

현대차는 1999년 미국에서 파워트레인에 대한 보증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릴 당시 막대한 보증수리 비용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이 제도가 미국 시장을 본격적으로 키우는 계기가 됐었다.

?재고 쌓이자 내놓은 고육책=현대차의 미국 판매 주력 차종인 NF쏘나타의 경우 지난해 3월 가장 많은 1만7487대가 팔렸다. 하지만 이후 매월 줄어 올 1월에는 7276대까지 떨어졌다. 4월까지도 1만 대 정도 팔렸다. 지난해부터 앨라배마 공장의 월 생산량이 1만5000~1만8000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만큼 재고가 쌓여가고 있는 것이다. 올해 초에는 재고가 10만 대를 넘어섰다. 현대차 본사 감사실은 올 2월 미국 내 차 판매가 급격히 줄자 앨라배마 공장에 감사팀을 파견해 원인 분석에 들어갔다. 중요한 이유는 "중고차의 값이 경쟁 차종인 도요타 캠리 2.4 등에 비해 너무 낮다"는 것이었다. NF쏘나타는 미국 중고차 시장에서 캠리보다 4000달러 정도 싸게 팔린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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