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돌아온 수표… 누가? 왜?/굳어지는 내부 「공작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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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0만원짜리는 쓸 수 있는데 반환/「관권선거」파문 확산기도 추정
과연 누가,왜­.
민자당 서울시지부 거액 도난사건은 14일에 이어 16일 9백만원 수표가 또 다시 되돌려짐으로써 의혹을 더하고 파문이 커질 전망이다.
◇경찰 수사=경찰은 일련의 정황으로 미루어 「특정 목적을 노린 내부인의 범행」으로 보고 조심스런 수사를 펴고 있다. 그렇게 보는 가장 큰 이유는 두번째로 9백만원이 돌려보내진 점이다.
14일 고액권 수표 3억6천만원과 똑같은 방법으로 16일 서울 세운상가 옆 우체통에서 봉투에 담겨 발견된 이 돈은 모두 현금처럼 통용이 가능한 10만원짜리 자기앞수표로 돈을 노린 범행이었다면 굳이 되돌려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 경찰의 판단이다.
경찰은 따라서 한준수 전연기군수의 양심선언으로 거론된 이른바 「격려금」이 노태우대통령·김영삼총재로부터 큰 액수로 지급됐다는 사실을 폭로하기 위한 「공작성 범행」으로 일단 추정하고 있다.
이미 두차례에 걸쳐 세간에 공개될 수 있도록 우체통을 이용한 점은 격려금 지급파동이 계속되기를 노린 것이며 이에 따라 아직 회수안된 돈도 비슷한 방법으로 반환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특히 돈이 사라진 6일 밤(일요일) 금고가 있던 사무실에서 직원으로 보이는 두사람을 본 목격자가 나타났고,금고가 2중열쇠 장치로 돼 전문가도 문을 부수기 전에 열 수 없다는 점,경찰의 24시간 경비 등은 이미 외부인의 범행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게 한 요소들.
◇당내 갈등=민자당 서울시지부 직원들을 상대로 한 취재에서 이번 사건이 당내 민주계파에 타격을 주기 위한 「음해공작」이라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공작을 벌인 인물에 대해서는 민정계,탈당한 이종찬계열 등 두쪽으로 분석이 엇갈리나 민정·이종찬 양계열측은 『우리들의 입지를 더욱 약화시키기 위한 모략선전』이라고 일축,내부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수사 전망=서울경찰청은 일단 14,16일 수표가 담겨져 발견된 두개의 봉투를 제출받아 겉봉에 쓰인 필적감정 작업을 벌일 계획이다.
또 회수된 수표에 남은 지문을 채취,내부인들과의 대조를 거쳐 범인을 색출한다는 방침이나 이같은 작업이 실패할 경우 집권여당이라는 특성 때문에 용의대상자에 대한 추궁이나 신문이 어려워 자칫 이번 사건은 소문·추측만 무성한채 미궁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김석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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