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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미술관 진흥법|입법취지 못살린다|발효 1백일…박물관 한곳 설립이 고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정부가 사립 박물관 및 미술관의 신설을 촉진하기 위해 옛 박물관법을 전면 개정해 시행중인「박물관 및 미술관진흥법」이 출발부터 흔들리고 있다.
이 진흥법이 시행(6윌1일부터)된지 1백일이 지난 지금까지 새로 설립된 박물관은 단 한곳뿐이며 미술관은 그나마 한곳도 없다.
이 진흥법이 시행되면 새로운 박물관 및 미술관이 줄을 이어 설립되리라는 문화부의 당초 예상은 일단 크게 빗나가고 있는 셈이다.
이 진흥법의 시안이 발표된 지난 90년부터 서서히 박물관 및 미술관의 설립을 추진해 온이들은 확정·시행된 법안내용에 문제점이 많으며 실질 혜택이 미비하다고 보고 등록을 망설이고 있는 형편이다.
16일 현재 이 진흥법에 따라 문화부에 등록된 박물관은 서울양재동67의5 대원빌딩안에 들어선 토기전문박물관인 홍산박물관 한곳 뿐.
이 박물관은 청동기시대부터 고려시대에 이르기까지 시대별로 토기·도자기·옹기류등 8백62점을 소장하고 있으며, 특히 토기류는 귀중한 유물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박물관 및 미술관의 등록이 이처럼 저조하자 문하부는 지난 8월말 서둘러『박물관및 미술관 진흥법 해설집』을 만들어 미술 관련단체와 지방자치단체등에 배포하고 각 시·도 담당공무원에 대한 교육을 실시했다.
문화부관계자는 『새로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등록하려는 곳에서 소장품의 목록과 사업계획서등 구비서류를 작성하고 전문직원을 확보하는데 시일이 많이 걸려 신청이 늦어지고 있다』고 말하고『오는 11월께엔 상당수가 등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가 이처럼 예상하고 있는 것은 그동안 정식 등록되지는 않았으나 실제로는 박물관 및 미술관 수준의 성격과 기능을 갖춘 곳이 20여군데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곳들은 대부분 이미 박물관 및 미술관 명칭을 사용하면서 그와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새로운 박물관 및 미술관이 설립된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
새 진흥법에 따르면 이 같은「박물관」과「미술관」은 물론 기존 박물관법에 의해 지정된 사립박물관·미술관들도 오는 11월30일까지 새로 등록하도록 되어 있다.
이처럼 새로운 박물관및 미술관 설립이 지지부진한 것은 새 진흥법이 부여하는 실질적인 혜택보다 신설에 따른 부담이 오히려 크기 때문이다.
또 이같은 여건에서 문화재 및 미술품 소장자들이 자신의 소장품이 노출되는 것을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새 진흥법의 가장 큰 혜택은 소장품에 대한 상속·증여세를 유예해주고 각종 지방세를 면제토록 한 것.
그러나 신설 박물관 및 미술관을 진흥법의 규정대로 운영하려면 유지비가 막대해 이 같은 세제혜택은 큰 도움이 안된다는 지적이다.
또 상속·증여세유예도 등록 소장품에 한하도록 되어 있어 후계자가 박물관 및 미술관 운영을 계속 이어 나가기 어려운 형편이다. 이 때문에 지난4월 새 진흥법의 시행령·시행규칙이 발표되자 미술관 관계자들은『모법과 시행령간의 상호 모순점이 많고 지원·육성조항이 미비하다』며 공개의견서를 내기도 했다.
토탈미술관의 큐레이터 정준모씨는 『정부가 새로운 박물관 및 미술관의 설립을 촉진하기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지원·육성조항을 보완하는 법개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창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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