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릴열도(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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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보면 아시아대륙과 북미대륙 사이에 베링해협이 있고,그 남쪽에는 마치 떨어져나간 두 대륙을 다시 연결하려는 듯이 징검다리 모양을 한 알류산열도가 늘어서 있다. 거기서 서쪽으로 눈을 돌리면 아시아대륙쪽에 환도처럼 생긴 캄차카반도가 남쪽을 향해 뾰죽한 칼날을 내밀고 있다. 그 캄차카반도와 일본열도를 연결하듯 일렬종대로 늘어져 있는 크고 작은 섬들이 쿠릴열도다.
총면적 1만5천6백평방㎞인 이 쿠릴열도는 30개가 넘는 섬으로 파라무르섬을 주도로 하는 북부,시무시르섬을 주도로 하는 중부,그리고 쿠나시르섬(국후도)·이투루프섬(택착도)을 주도로 하는 남부로 구성돼 있다.
이 쿠릴열도에는 해발 1천8백m가 넘는 치쿠라치카산을 비롯,활화산이 16개나 솟아있으며 기후는 한랭한데다가 습기가 많아 여름에는 해무로 유명하다. 그러나 쿠릴해류에 의한 급격한 수온변화 때문에 어족이 풍부해 어장이 많다.
그런데 이 쿠릴열도 남부 4개섬의 영유권문제가 최근 러시아­일본간의 심각한 신경전으로 번지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본이 북방영토로 주장하는 이 4개섬은 1855년에 체결된 로일통상조약과 1875년 사할린·쿠릴열도 교환조약을 통해 일본열도로 편입됐다. 그러나 1905년 로일전쟁에서 일본이 이기자 일본은 러시아 영토인 사할린 남부까지 빼앗았지만 2차대전의 패전으로 사할린은 물론 4개섬까지 다시 소련에 빼앗겼다.
로일전쟁을 일본이 도발했다는 이유로 소련은 그 이전의 조약을 모두 무효화한 것이다.
일본으로서는 한이 맺힌 그 북방4개섬을 이번 옐친대통령의 방일을 계기로 되돌려 받는 꿈에 부풀었는데 옐친의 방일이 전격 취소되자 온 나라가 초상이나 난듯 시끄럽다.
어쩌면 옐친은 알래스카를 1867년 불과 7백20만달러에 미국에 팔아먹은 그런 악수를 다시 두지 않기 위해 외교관례를 무시하고 방일을 취소했는지도 모른다.
영토문제때문에 그런 수모를 겪는 일본이 우리의 독도를 죽도라고 우기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손기상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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