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벌써 잊은 지하철 참사 교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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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또 대형 참사가…. 우리 지역이 와 이렇노.""부끄러워 못 살겠다. 좀 제대로 합시다."

언론사 인터넷 홈페이지의 청도 버섯농장 화재 참사 기사 끝에 달린 자조섞인 의견 글들이다.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에서 태풍 매미, 청량산 관광버스 추락사고, 버섯농장 화재 참사 등 대형 사건.사고가 꼬리를 물어서다.

그 중에서도 올해 말미인 지난 17일 발생한 청도군 버섯농장 화재와 벽두인 2월 발생한 대구지하철 참사는 너무나 닮은 꼴이어서 충격이 더했다. 시커먼 유독가스,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미로, 스티로폼 패널 벽체와 가연성 소재의 전동차, 어처구니 없는 화재 원인, 안전시스템 미흡…등등.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시민의 안전의식이다. 하지만 제도도 중요하다. "엄청난 일을 당하면서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민선 자치단체장들이 주민을 위해 제도를 고치고 점검하는 일을 소홀히 하고 있다."

고위 공무원 출신인 김모(65)씨는 "풀지 말아야 할 것은 풀고, 고삐를 죄어야 할 부분은 내버려 둔 허울 좋은 '규제 개혁'도 참사의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버섯농장은 가연성 물질이 가득찬 대형 공장이면서도 제대로 된 소방 점검의 대상에서 빠져 있었다.

소방법상 '경방(警防)' 대상 업소였다. 이는 소방공무원이 유사시 진화를 위한 소방도로 유무, 내부 구조 등만 파악하면 되는 시설이란 뜻이다. 대형 공장이었음에도 '동식물 관리시설'이란 규정 때문에 농가 창고쯤으로만 인식된 것이다. 용접 직원이 소화기로 진화를 시도했지만 작동되지 않자 점퍼를 벗어 불을 끄려 했다는 경찰의 말이 이를 뒷받침한다.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못하면 참사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홍권삼 전국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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