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역할찾아 위상 굳히기/당단합 독려나선 여야 2,3인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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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YS와 관계·구여인사 접목 JP/재계지원·비주류 협력 앞장 TJ
3당합당이후 지난 5월 전당대회때까지 끈질기게 김영삼총재의 발목을 붙잡았던 민자당의 김종필대표·박태준최고위원이 잡음하나 없이 여당의 2,3인자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오히려 김 총재 대통령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다.
이들의 변화된 행보가 자신들의 표현처럼 마음을 비운 탓인지,또다른 정치적 게임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허심」을 내세운 정치인치고 그것을 끝까지 지킨 경우가 없고,정치엔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다는 것을 우리 정치사는 잘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달 28일 상무위에서 당대표로 지명된후 계속 「조역론」「주부론」을 강조하고 있다.
JP는 여권 2인자 행보에 익숙한 인물이다. 3공과 6공후반기내내 주역이 되기보다는 조역으로 만족해야 했으며 나름대로 그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그는 3공시절 박정희카리스마 아래서 잠시 후계를 도모하기 위해 세력을 규합하다 좌절해본 경험이 있다. 그 이후 그는 1인자의 뒷전에서 겸손한 태도로 서있는 것이 체질화되다시피 했다.
김영삼총재가 대통령후보로 선출된이상 JP는 철저히 YS를 떠받들기로 마음을 굳힌 듯하다. JP는 『주역이 빛나면 조역도 따라서 빛나는 것』이라며 자신의 역할을 조역에 스스로 국한시키고 있다.
JP는 지난 1일 대표최고위원 취임후 처음으로 가진 당사무처요원 월례조회에서는 『주부의 역할은 조용하면서도 가정을 화목하게 하고 아버지가 소신껏 국가와 사회를 위해 봉사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이라며 김 총재를 가정의 「아버지」로,자신과 사무처요원을 「주부」에 비유했다. 그는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하듯 김총재께서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도록 그늘에서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연말 대선때까지는 삐걱대는 소리를 일절 내지 않겠다는 의사표현이다. JP는 당대표로서 비서실을 확장하든가 정치적인 색깔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박 최고위원이 선거대책위원장을 맡는데 대해서 불평을 터뜨리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 JP측근들의 얘기다.
JP는 이와 함께 당 대표로 승격되면서 본격적인 김 총재지원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31일에는 전직 국무총리와 부총리,3·4공시절 국무위원과 청와대수석비서관 및 서울시장 등 1백8명을 초청,만찬을 주재하면서 『김 총재에 대해 여러가지 감회가 있겠지만 3공부터 계속된 여권의 맥을 계승,개화할 수 있도록 배려를 당부한다』고 김 후보지지를 호소했다.
7일에는 6대부터 10대까지의 국회의원 2백30명을 초청하며 13일에는 5·6공 국무위원,9월말에는 11대부터 13대의원을 모을 계획이다.
김 총재의 취약지대인 구여권인사들을 김 총재에게 접목시키는 역할을 자임하는 셈이다.
JP는 이와 함께 3일 저녁에는 청와대의 정해창비서실장 등 청와대수석 11명과 만찬을 하면서 제2이동통신문제 등으로 벌어진 당정간 틈을 메우려는 자세를 보였는가 하면 호남위원장들과 골프나 식사,당사무처국장들과의 만찬 등을 했거나 계획하고 있다.
JP는 그러면서도 『대선이후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측근들은 『JP가 당인으로서 포부가 없을 수 없다』고 하지만 본인은 입을 다문다.
따라서 김 총재가 대통령이 될 때까지는 최선을 다해 돕겠지만 그 이후에는 당 대표로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다. JP는 그때를 노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JP측은 또 박 최고위원을 선대위원장에 임명하는데 동의했으나 김 총재­김 대표­박 최고위원의 서열은 엄격히 존중돼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누구보다 김 총재에 반대했던 박태준최고위원도 확고한 협력자로 탈바꿈하고 있다.
TJ는 자신의 역할을 당내 민정계 비주류세력의 「대부」와 재계인사 담당으로 잡고 있는 듯하다. 자연스럽게 JP측과 역할분담이 이뤄진 셈이다.
합당이후 관계가 껄끄러웠던 김윤환 전 의원이 화해를 요청하자 이를 받아들여 통음까지 했으며 김 의원을 자신이 회장인 한일의원연맹의 부회장에 임명했다. 또한 이종찬의원 탈당이후 당내 비주류 민정계세력들과 접촉을 강화하고 있으며 무소속의 정호용의원과도 만나 입당을 권유하는 등 활동을 재개하고 있다.
TJ측근들은 『TJ가 선대위원장을 맡은 이상 성격상 열심히 뛸 것』이라고 말한다. TJ의 변신에 대해 당내에서는 자신이 일으킨 포철에 대한 애착심 때문이라는 구설수도 없지 않다. 그렇지만 TJ 역시 대선이후 기회가 닿는다면 갈곳 없는 비주류세력들의 대부역할을 하려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정국이 내각제로 흘러가면 기회가 없지 않을 것이란 기대도 있다.
여권내 권력게임에서 다수파를 확보할 경우 상황이 지금같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다.
따라서 대선이후에는 JP와의 갈등이 발생할 소지도 있다.
그러나 김 총재의 성격상 강력한 통치체제를 희망할 것이고 보면 JP와 TJ의 기대는 이루어지기 힘든 꿈에 불과할지도 모른다.<김두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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