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IT 고수들이 한국에 던지는 쓴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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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아 CTO 오얀페라

한국의 휴대전화 단말기 사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휴대전화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세계 표준을 따라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29일 서울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서울디지털포럼'에 참석한 테로 오얀페라(41.사진) 노키아 최고기술경영자(CTO) 겸 책임 부사장은 기자회견에서 "한국 시장은 휴대전화에서 쓸 수 있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콘텐트가 많이 나오는 곳이지만 한국만의 기술 표준을 채택하는 탓에 다양한 아이디어 등이 전세계 시장으로 확산되지 못하는 한계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얀페라 부사장은 "노키아가 전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36%를 차지하며 업계 1위 자리를 지키는 것은 혁신을 위한 노력 덕분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혁신이 세계 표준과 발맞춰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 한국 기업과의 합작과 기술 제휴를 고려하는 데 있어 세계 표준 채택 여부가 중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노키아가 한국 시장을 접은 것은 휴대전화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세계 표준과 달라 진입 발판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라며 "한국이 고유 표준을 고수하면 한국 시장에 진출해도 규모의 경제를 누릴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함께 그는 앞으로 휴대전화가 웹 2.0 시대에 맞는 다목적 기기로 진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휴대전화로 인터넷과 음악 콘텐트, 게임 등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현옥.송지혜 기자

리도우 아이서플라이 회장

앞으로 3년 안에 한국의 반도체 회사들이 세계 D램 시장의 주도권을 잃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서울디지털포럼'에서 '한국 IT 산업 경쟁력의 현주소와 전망'이라는 주제 발표를 한 데릭 리도우(사진) 아이서플라이 회장은 "2010년에는 대만과 중국의 D램 생산 능력이 한국을 추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D램 값이 떨어지면서 한국 업체의 생산량이 계속 줄 것이고 대만과 중국의 D램 업체들은 생산량을 늘려 한국과의 격차를 좁힐 것이란 전망이다.

아이서플라이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세계 D램 시장에서 한국 반도체 업체는 시장의 절반에 가까운 47%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만.중국의 점유율은 31% 수준이다. 하지만 2008년에는 한국 업체의 점유율이 46%로 떨어지고 대만.중국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5%로 올라갈 것으로 아이서플라이는 내다봤다.

한국 반도체 업체가 직면한 시장의 도전과 관련, 리도우 회장은 "후발 D램 업체가 대만.중국과 손잡고 저가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반도체 업체는 앞으로 D램보다 수익성이 높은 낸드 플래시 메모리에 치중해 시장지배력을 유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프린스턴대를 졸업한 리도우 회장은 스탠포드대에서 응용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력 반도체 제조회사인 인터내셔널 렉티파이어의 최고경영자를 지낸 IT 시장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를 설립했다.

하현옥.송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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