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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REALESTATE] 멀쩡한 집 부숴 왜 상가 짓나 했더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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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서울 강북권 주요 개발 예정 지역에 아파트 입주권을 노린 상가(근린생활시설) 건축이 붐을 이루고 있다. 멀쩡한 단독주택을 허물고 상가를 짓는 경우도 있다. 재개발구역 등에선 아파트 입주권이 상가 소유자에게도 주어지는 점을 노리고 소유권을 여러 사람에게 나눠 팔기 위해서다. 이런 상가는 대부분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6~20개 점포)다.

정부가 다세대주택 건축을 통한 소유권 '쪼개기'를 막자 규제가 덜한 상가를 지어 이를 쪼개는 것이다. 건축허가 제한에 묶인 지역이라도 상가는 대지 지분 4~5평, 전용면적 10평까지 쪼갤 수 있다.

하지만 권리가액(감정평가를 거쳐 결정된 조합원 지분의 자산가치 금액)이 낮은 상가 지분은 나중에 아파트 입주권을 받지 못할 수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지분 쪼개기, 주택에서 상가로=그동안 재개발 예정 지역에서 지분 쪼개기는 주로 단독주택을 허물고 다세대주택을 짓거나 단독주택이나 다가구주택을 다세대주택으로 바꾸는 방법으로 성행했다.

자치단체가 건축허가 제한을 통해 이를 막자 지분 쪼개기가 상가를 짓는 쪽으로 옮겨 붙고 있다. 주택 소유자에게만 입주권을 주는 재건축과 달리 재개발의 경우 상가에도 입주권이 나온다.

서울시에 따르면 재개발을 위한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지정된 용산구 한강로 2가에서 지난해 10월부터 현재까지 상가 건축허가(심의 포함) 건수가 30여 건에 달한다. 이전 10개월 동안에는 단 한 건만 받았다.

도시재정비촉진지구 지정을 추진 중인 인근 서계동에서도 지난해 10월 이후 8건의 상가 건립 허가가 떨어졌다. 이 지역은 건축허가 제한에 걸려 가구당 전용면적 15평 이하 다세대주택 허가가 어렵지만 상가 허가는 쉽게 난다. 성동구 성수동에서도 지난해 7월 주택 지분 쪼개기 금지 조치 이후 과거에는 드물었던 상가 건축허가가 세 건이나 났다.

상가 건축업자들은 단독주택을 여러 개의 상가 점포로 나눠 팔아 이익을 챙긴다. 용산구의 경우 대지 지분을 기준으로 단독주택이 평당 7000만원 선이지만 상가는 평당 7500만~8500만원에 달한다. 인근 동아공인 이대섭 사장은 "입지가 좋은 상가는 준공 전 도면만 보고 사가는 투자자도 많다"고 말했다.

이는 재개발 예정지역에서 대개 다세대 주택뿐 아니라 상가도 건축허가 제한 대상이지만 일부 지역의 경우 상가 규제가 느슨하기 때문이다.

서울시 내부 지침에 의해 전용면적 15평 이하 주택은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지만 이런 규정이 없는 상가는 신청하면 어렵지 않게 허가를 받을 수 있어서다. 서울시 관계자는 "재개발이 확실한 지역에선 사실상 모든 건축을 제한하지만 재개발이 확정되지 않은 용산구 등에서는 규제 범위를 줄여 다세대주택 등 공동주택에 한해서만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땅 가진 주민에게 우선 배정=전문가들은 재개발 아파트 입주권을 노린 상가 투자는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입주권은 주택, 땅을 갖고 있는 주민에게 우선 배정된다. 상가 소유자는 상가 권리가액이 새로 짓는 분양 아파트 최소 평형(대개 24평형)의 분양가보다 많아야 한다.

재개발 후 상가를 배정받으려 할 때 상가 지분 수가 많은 곳에선 자칫 순위가 밀려 낭패를 볼 수 있다. 권리가액이 낮아 순위에서 밀리면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가를 배정받을 수 있다. 상가 소유자가 많은 재개발구역에서는 사업자등록 유무, 권리가액 정도 등에 따라 동.호수 배정에서 우선권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사업자등록을 하고 권리가액이 최소 상가 분양가 이상인 상가 소유자에게는 위치 등이 좋은 상가가 1순위로 주어지지만 그렇지 못하면 순위가 밀려 구석자리 점포를 배정받거나 현금 청산 대상이 될 수 있다.

김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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