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질 수입 보리음료 나돈다/유통기간 지난 것도 변조해 팔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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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노래방서 사먹고 구토 소동도
【대구=김선왕기자】 유통기간이 지나 변질된 수입보리음료(저알콜맥주)가 시중에 대량으로 나돌고 있다.
유통기간이 1년으로 돼 있는 이 음료는 유통기간만 지나면 쉽게 변질돼 이를 마실 경우 복통·구토 등 심한 부작용을 일으켜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변질제품은 색깔이 검붉게 변하고 약간 거북스러운 냄새를 느낄 수 있으나 술을 마신 후에는 이를 쉽게 알지못해 부작용을 일으키더라도 대개 음주로 인한 배탈정도로 여기고 넘어가기 일쑤다.
캔 제품으로 돼있는 알콜성분 0.5%의 비알콜성음료에 속하는 이 음료는 맛이 맥주와 비슷하고 냄새도 거의 같아 여성층이나 운전자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고 국내에서는 노래방·사우다 등을 통해 주로 팔리고 있다.
현재 국내에 수입시판되고 있는 것들은 대부분 미국산으로 실렉트를 비롯해 킹스버리·뉴욕골드·햄스NA·사포밀라·크라우스펠라·세인트바트·슈리츠 등 10여종류.
수입자유화조치 이후 90년말부터 대기업·중소업체 할것없이 앞다퉈 집중 수입했으나 잘 팔리지 않아 일부 중소수입업체는 도산한 가운데 팔리지 않은 것들을 유통기간까지 변조,시중에 쏟아내고 있다.
시중 유통제품중 상당수는 유통기간이 지난해 6,7월까지로 돼 있는 등 1년이상 지난 것들이고 변질제품중에는 도산한 중소수입업체의 수입보증을 섰던 모은행이 경매처분한 것들도 있다.
시중에서 개당 1천∼1천5백원씩에 팔리고 있는 이 음료의 수입가격은 20개들이 한 상자에 6천∼8천4백원 정도로 개당 3백∼4백20원선.
특히 부산시 중앙동 J물산에서 공급하고 있는 제품의 경우 당초 유통기간 표시부분 위에 기간을 3년으로 다시 표시,공급하고 있으며 서울 남대문로4가 (주)H물산의 수입제품도 같은 방법으로 유통기간을 2년으로 바꿔 유통시켜 소비자들의 눈을 속이고 있다.
4일 오후 11시쯤 대구시 읍내동 K노래방에서 변질된 실렉트를 사먹은 오모씨(29·회사원)의 경우 이 음료를 마시고 구토가 나 살펴봤더니 유통기간이 지난 변질된 것이어서 주인에게 항의했으나 『모르는 일』이라는 답변만 들었다. 한편 중간공급상인 김모씨(45·대구시 내당동)는 『서울·부산 등지의 수입업자들이 팔다 남은 것을 싼 가격에 공급받고 있다』고 시인하고 『그러나 마진이 좋아 유통기간이 지난 것인줄 알면서도 팔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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