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후 큰병원 의료장비 이용|개방 병원제 뿌리내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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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개방병원제(Attending System)가 점차 국내에 확산되고 있다.
개방병원제란 의사가 환자진료에 필요한 최소한의 사무실만 갖추고 고가의 의료장비나 입원실 등은 대형병원의 것을 이용하는 제도. 미국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개업의들이 취하고 있는 이 같은 병원제도가 국내에서도 최근 들어 부썩 늘어나면서 병원운영의 새로운 한 모델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개방병원제를 이용하고 있는 개업의 수는 약 10여군데. 70년대초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제일병원이 이 병원에서 인턴과 레지던트과정을 마친 개업의들을 대상으로 개방병원제를 실시한 이후 현재 이승호산부인과·김영조 정형외과외에 안과·치과·소아과등 5과의 개업의들이 이 병원을 이용하고 있다.
또 오세민 외과전문의, 박진준 안과전문의는 입원이나 마취가 필요한 경우 가야병원을, 신준 성형외과전문의등은 안세병원의 시설을 이용하고 있다. 이들은 수술후 매일 아침·저녁의 회진을 통해 환자를 진료하고 있으며 그외 시간은 병원의 간호사나 전공의들을 통해 환자관리를 하고 있다. 신박사는『이외에도 몇몇 개업의들이 인근 대형병원의 입원실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주위 동료의사들 중에서도 이 같은 제도를 원하는 이가 많다』고 말했다.
개방병원제가 이 같은 확대추세에 있는 이유는 이 제도가 환자나 의사·병원모두에 유익하다는 장점 때문. 오박사는 『개업의의 경우 각종 검사기기나 입원시설등 시설투자비를 줄일 수 있고 진료시 마취과 같은 다른 과 전문의의 진료를 쉽게 이용할 수 있으며 또 큰 병원 인력을 이용, 입원환자 관리를 안심하고 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이점으로 꼽았다. 특히최근 들어 낮은 수가로 인해 입원실을 폐쇄하는 외과나 산부인과계열 병원들에는 병원경영의 합리화란 차원에서 매우 바람직한 제도로 간주되고 있다.
환자들로서는 대형병원 진료의 불편함을 피해 오랜기간 진료를 담당했던 의사로부터 직접 질 높은 진료를 받을 수 있으며 의료기관의 중복투자로 인해 결국은 전가될 의료비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대형병원측으로서는 장기적으로 볼 때 좋은 의사를 확보할 수 있고 의료시설 이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노경병 제일병원장은 말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개방병원제는 엄밀한 의미에서는 불완전한 형태라는게 전문가들의 진단. 연세대의대 조우현교수(예방의학)는『현재 개방병원제를 이용할 수 있는 개업의들은 병원과 특별한 관계, 예컨대 병원에서 전공의 과정을 거쳤다든지 전임의사로 근무한 적이 있는 이들』이라며 『불특정다수에게 병원이 개방될 때 본래의미의 개방병원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현재 개방병원제를 이용하고 있는 개업의들은 순전히 진료만 하는「사무실병원」은 아니며 대체로 웬만한 의료시설은 다 갖추고 있는 상태다.
조교수는 또 『외국의 경우 의료수가가 의사의 환자서비스에 대한 의사진료비와 병원의 시설 및 장비이용에 대한 병원서비스진료비로 구분돼 있는데 비해 우리의 경우 이것이 구분돼 있지 않은 까닭에 개방병원제 확산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 문제만 해결 된다면 개방병원제는 급속히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문경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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