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주의로 개혁·개방 '제2 카다피'변신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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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실시된 시리아 대통령 선거에서 바샤르 알아사드(41.사진) 대통령이 압도적 지지로 재선했다. 알아사드 대통령이 단독 출마해 찬반 투표 형식으로 치러진 이번 선거에선 찬성표가 90%를 웃돈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알아사드 대통령이 이처럼 높은 지지를 받으리라고는 중동권 언론도 예상하지 못했다. 범아랍 일간 알하야트는 "비민주적 선거였지만 안과 전문의 출신으로 나약한 이미지였던 젊은 대통령의 이미지를 이번에 확실히 벗어던졌다"고 28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실용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알아사드 정권이 변신의 기반을 마련했다"고도 평가했다.

미국에 의해 '악의 축' '테러지원 국가' 등으로 지목돼 온 시리아에 대해 중동 언론이 이처럼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변화를 추구하는 젊은 대통령이 있기 때문이다. 알아사드는 30년 동안 시리아를 철권 통치했던 아버지 하피즈 알아사드가 사망한 2000년 6월, 35세의 나이에 7년 임기의 대통령에 올랐다. 대통령직 부자 세습이 이루어진 것은 중동지역에서 시리아가 처음이었다.

하피즈의 차남으로 영국에서 공부하던 바샤르는 형이 불의의 교통사고로 숨지자 후계자로 지목돼 1994년 급히 귀국한 뒤 군에서 6년 동안 대권 수업을 받았다. 바샤르가 대통령에 취임하자 중동권은 '다마스쿠스의 봄'을 예상했다.

영어와 프랑스어에 능통한 유학파에다 IT산업에 깊은 관심을 가진 젊은 박사가 시리아를 개혁과 개방의 물결에 올려놓으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그는 정치범을 석방하고 외국 자본에 투자 문호를 확대하는 등 폐쇄적인 사회주의 경제 구조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 넣었다.

시리아는 국제 관계에서도 대결보다는 타협과 화해를 추구하고 있다. 2005년 2월 발생한 라피크 알하리리 전 레바논 총리 암살 사건 이후 국제 사회의 압력을 수용해 29년간 레바논에 주둔했던 자국군을 철수시켰다.

또 기회만 되면 미국과 이스라엘에 화해 제스처를 보내 왔다. 이번 재선을 계기로 시리아가 중동 평화를 위해 대량살상 무기를 포기한 리비아처럼 크게 변신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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