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상가가 철거될 자리에 2015년까지 들어설 녹지공원과 새 건물의 조감도.
서울시는 "내년부터 세운상가를 철거해 이 자리에 폭 90m, 길이 1㎞의 녹지공원을 2015년까지 만든다"고 28일 밝혔다. 이렇게 되면 종묘 앞부터 남산 부근까지 총 2만7000평 규모의 대규모 녹지 축이 서울 도심에 자리 잡는다.
녹지 축 조성은 13만2000평의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정비 사업과 함께 진행된다. 서울시는 재정비사업으로 개발 이익을 볼 사업자들에게 녹지 축 조성비용을 부담케 하고 대신 이들에게 건축 용적률을 높여준다. 서울 도심에서는 도심부관리계획에 따라 건물 높이가 90m로 제한되나 이곳 재정비사업에서는 122m 높이까지 건물을 지을 수 있게 해주는 것. 서울시는 "녹지 축 조성 비용은 약 1조원이며, 이 중 95%를 철거 보상비로 지급한다"고 설명했다.
우선 종로를 사이에 놓고 종묘와 마주하는 현대상가 건물이 내년 9월께 철거된다. 철거 보상에 1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상가는 13층 건물로 현재 79가구가 입주해 있다. 상가가 철거되는 자리에는 폭 70m, 길이 90m의 녹지가 생긴다. 녹지 주변에는 판매 및 업무시설, 문화 및 집회시설, 공동주택 등이 들어선다. 다만 종묘에 가까운 도로변 건물은 55m로 높이를 제한한다.
서울시는 올 8월부터 보상을 시작, 내년 9월까지 보상 및 철거를 완료한다. 개정된 토지보상법이 서울시에서 처음 적용돼 무허가 건축물 세입자 및 무허가 건물 임차 영업자에게도 보상해줄 예정이다. 서울시는 올 하반기 시민 토론회를 거쳐 여론을 수렴한 뒤 내년 1, 2월께 세운 녹지 축에 대한 현상설계를 국제공모할 계획이다.
서울시 문승국 도심활성화추진단장은 "세운 녹지 축이 조성되면 북악산~종묘~남산~용산~국립묘지~관악산으로 이어지는 거대 녹지 축이 형성된다"며 "청계천과 세운 녹지 축이 도심 속의 신도심으로 기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사연 많은 세운상가=세운상가 일대는 일제가 전쟁 때 폭격 등으로 인근 명동.동대문 등에 화재가 날 경우 대피 장소로 사용하기 위해 개발을 보류해 놓은 곳이다.
하지만 한국전쟁 이후 피란민 판자촌이 형성되고 무허가 노점상이 들어섰다. 이후 68년 '불도저 시장'으로 유명한 김현옥 당시 서울시장이 이곳을 재개발했다. 주상복합의 원조 격인 셈이다. 김 시장은 '세계로 뻗어나가는 상가가 되라'는 뜻에서 세운(世運)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후 15년 만인 82년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건물이 계속 노후화하고 빈 점포가 늘어나면서 상권이 크게 위축됐다.
성시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