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s] 다시, 신토불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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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왼쪽부터 경복궁 아침의 ‘약콩’, 피사파사의 ‘웰빙 쌀도우’, ‘기운센 장어’의 장어 구이.

외식 창업 시장에 우리 농산물 바람이 불고 있다. 음식점들이 직접 산지와 계약 재배를 통해 원재료를 조달하고, 지자체나 지역 농협의 지원으로 공동 마케팅을 펼치기도 한다. 업소들이 다른 업소와 차별화 전략으로 우리 농산물 사용을 부각하고 있는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이후 이런 흐름은 더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이경희 소장은 "외식업과 식품산업 분야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중상류층을 타깃으로 한 매스티지(대중 명품)형 음식점들엔 우리 농산물이 좋은 마케팅 소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국산 삼겹살=떡피에 삼겹살을 싸 먹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한 '떡쌈시대'(www.ttokssam.co.kr)는 사업 초기부터 국산 농산물을 썼다. 이 회사는 더 확실한 차별화를 위해 국산 돼지고기 중 저항생제 일등급 육류를 '떡쌈시대 웰빙포크'라는 자체 브랜드(PB)로 개발, 6월부터 전국에 있는 70여 개 가맹점에 순차적으로 배송할 계획이다. 이 회사 이호경(38) 사장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재료를 쓰기 위해 축산농가와 계약을 해 '마늘 먹인 돼지'를 도입했다"고 했다. 이 사장은 "물류를 직접 하기 때문에 매장에서 판매하는 가격은 더 오르지 않을 것"이라며 "떡피를 만드는 쌀도 지자체와 연계해 공급받을 계획"이라고 했다.

창업 이후 줄곧 국산 돈육을 사용해 온 '신씨화로'(www.sinssi.co.kr)도 지역 양돈 조합과 제휴를 추진 중이다. 신씨화로의 김원석 사장은 "이전에도 국내산 고기를 사용했지만 지역 양돈조합과 제휴하면 브랜드육을 통해 확실하게 '웰빙업소' 이미지를 심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산 소스 등 식재료=소스가 맛을 좌우하는 일부 업종은 국내산 재료로 만든 소스를 강조한다. 저렴한 가격에 양념갈비를 안방까지 배달해 주는 '경복궁 아침(www.nhkm.co.kr)'은 맛의 핵심인 소스를 국내산 농산물로 만들었다는 점을 내세운다. 강원도 영월에서 친환경 약콩을 계약재배해 3년간 숙성한 간장에 인삼.당귀.산딸기 등 20여 가지 재료로 소스를 만들어 메뉴의 맛을 살리고 있다는 것이다.

약콩으로 불리는 쥐눈이콩을 이용해 다양한 메뉴를 판매하는 '쥐눈이콩마을'(www.yakong.co.kr)은 경북 예천과 강원도 원주 농협을 통해 현지 농민과 계약재배를 해 우리 농산물을 공급받는다. 경기도 고양시 원당동 1800평 규모의 땅에 우리 콩으로 만든 음식 레스토랑도 운영하면서 쥐눈이콩으로 만든 장류.식초 등도 생산.판매하고 있다. 이혜선(50) 사장은 "레스토랑 성공을 바탕으로 프랜차이즈 사업 진출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국산 장어='기운센 장어(www.sunglobal.co.kr)'는 충남 예산의 양식장에서 키운 국산 장어를 취급한다. 양만수산업협동조합에서 국산 인증을 받아 신뢰성을 높였다. 이 회사 이현남(35) 사장은 "아직도 장어는 외식용으로 비싸다는 인식이 있지만 중국산과 경쟁하기 위해 국내 양식업자들이 가격을 많이 내려 1인분을 9000원에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요즘엔 대중적인 음식이 됐다"고 했다. 그는 "예전엔 살아 있는 장어를 식당에 공급했지만 요즘엔 물류센터에서 잡아 손질까지 한 뒤 진공포장해 배송한다"고 했다. 포장용 장어 4마리를 2만2000원대에 인터넷으로 포장 판매하고 있다.

◆쌀 피자='피사파사'는 우리 쌀 100%로 만든 피자를 5000원대에 판매하고 있다(www.pisapasa.net). 주로 경기도 안성 지역의 쌀과 여덟 가지 곡물로 만든 쌀 도우를 저온에서 24시간 숙성한 뒤 가맹점에 공급한다. 이 회사 박상집(41) 대표는 "패스트푸드 이미지가 강한 밀가루 피자에 비해 쌀 피자는 웰빙 제품으로 대접받을 수 있다"고 했다. 현재 쌀 피자 시장은 전체 피자 시장의 1~2%밖에 안 된다. 박 대표는 "밀가루 피자에 익숙한 소비자를 위해 쌀 피자의 맛과 씹는 느낌을 밀가루 피자와 비슷하게 만들어 소비자의 거부감을 없애는 게 노하우"라고 했다. 10평 규모의 테이크 아웃점 창업 비용은 임대보증금과 권리금을 제외하고 4500만원 선이다.

◆기타=단위 농협이나 수협들도 직접 사업에 뛰어들어 우리 농수산물 판로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수협은 '별해별미'(www.bada79.com)라는 브랜드로 회.초밥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고 있다. 산지 조합과 직거래를 통해 원료를 구매하고 회 가공공장에서 위생 처리를 한 뒤 전국 가맹점에 수산물을 공급하고 있다. 별해별미의 30평대 창업 비용은 6000만~7000만원선.

'제주포크'의 경우 제주포크 취급 음식점에 대해서는 제주양돈에서 저리로 창업자금을 융자해 주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제주포크를 취급하는 음식점과 축산물 판매점 프랜차이즈 사업도 계획 중이다. 로하스 특구로 지정된 울진군도 대게.송이버섯 등 울진군 특산물을 취급하는 전문점 사업을 구상 중이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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