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중견기업] 먼지 몰러 나간다♪~ 유해가스 후리러 나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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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셈의 발전이 눈부시다.1분기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158.3% 증가했다. 경기도 화성시 동탄면 유니셈주식회사 공장 조립라인에서 김형균 대표이사(左)가 직원들과 함께 반도체 유도가스 정화장치인 가스 스크러버 앞에서 단합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조문규 기자]

경부고속도로의 경기도 오산IC를 빠져나와 용인군의 한화 콘도를 향해 30~40분 정도 차를 달리다보면 오른쪽에 유니셈(UNISEM)이란 업체 간판이 보인다. 1만8150㎡(5500평)의 널찍한 대지에 공장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의 깨끗한 건물(연면적 6930㎡)이 자리잡고 있다. 지명은 화성시 동탄면이다. 유니셈이란 사명은 유니온(Union)과 반도체 장비 제조(Semi-conductor Equipment Manufacturing)의 영문 앞글자(SEM)를 더한 합성어다. 반도체 주요 설비의 보조 장치인 가스 스크러버와 칠러를 만드는 회사다.

가스 스크러버는 반도체와 LCD를 만들 때 생기는 유해가스를 정화하는 기계로 가스 종류에 따라 여러가지가 있다. 또 칠러는 반도체와 LCD의 메인 설비가 작동할 때 안정적인 온도를 유지하도록 돕는 온도조절장치다. 메인 설비마다 원하는 온도 수준이 각기 달라 그 종류도 많다. 이 두 가지 제품에서 유니셈은 국내 선두권 기업이다. 가스 스크러버는 국내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이라고 한다. 지난해 이들 제품으로 55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유니셈은 휴대전화용 카메라 모듈도 만든다. 카메라 렌즈와 부속설비 등을 조립해 삼성에 납품하는데 연평균 800만개 꼴이다. 200만 화소와 130만 화소 카메라가 주력제품으로 지난해 매출액은 382억원이었다. 이 둘을 합친 936억원이 지난해 유니셈의 매출액이다.

유니셈은 최근 3~4년 새 급성장했다.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매출액 증가율은 연평균 61%. 당기 순이익도 2004년 8억원에서 지난해 47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 매출액 목표는 지난해보다 34% 늘어난 1250억원이다. 1990년대 말에 개발한 가스 스크러버가 도약의 계기였다.

유니셈이 처음 만든 건 핸드 드라이어였다. 반도체를 만드는 클린 룸에 들어가기 전에 손을 씻어 말리는데 필요한 장치였다. 이후 웨이퍼를 건조하는 장치인 스핀 드라이어를 만들었지만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라는 이름을 붙일 만한 제품은 아니었다. 회사 사정도 어려웠다. 공장을 건설하려고 91년 경기도 오산 지역 땅을 경락받았지만 8억원의 매입대금을 내지 못해 날릴 뻔한 적도 있었다. 설립자인 김형균 (50)사장은 "신용보증기금에 통사정해 간신히 보증을 받은 뒤 은행 돈을 빌려 해결했다"고 술회했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반도체 장비업체가 되기 위해 김 사장이 선택한 제품은 가스 스크러버다. 당시 외국에서 수입해 쓰던 품목이었다. 수입대체의 필요성을 느낀 삼성전자 등 원청업체에서 기술지원을 꽤 받았는데도 번번이 실패했다. 갖은 고초 끝에 3년 만에 개발에 성공하자 유니셈의 주력 효자 제품이 됐다. 자금 사정이 좀 나아지면서 김 사장은 칠러에 도전해 또 성공했다. 유니셈은 2000년 코스닥에 상장했고 이듬해 지금 부지에 새 건물을 지어 이전하는 등 하루가 다르게 성장했다.

"가스 스크러버와 칠러는 안정권에 도달했다고 봐요.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카메라 모듈을 수종 사업으로 잡았습니다." 계기는 클린 룸이었다. 스크러버와 칠러를 만드는데도 반도체 웨이퍼를 만드는 수준의 클린 룸이 필요하다. 유니셈은 1㎥에 초미세 먼지(3μ 수준)를 10개 이하로 줄이는 텐 클래스(10-class)의 클린 룸 기술을 갖고 있다. 카메라 모듈도 '먼지와의 전쟁'이 필수적인 제품이라 사업 관련 다각화가 용이하다.

제품의 전망도 밝은 편이다. 반도체 장비는 대부분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국내 고객만 상대해오다가 요즘 들어선 수출에도 관심을 쏟는다. 미국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와 일본 산소 등이 고객이다. 대만과 중국 등지로도 수출선을 다양화했다. 지난해의 경우 전체 매출액의 20%가 수출이었다.

카메라 모듈은 중국이 맹추격해 오긴 하지만 아직은 33만 화소 등 저급 수준에 그쳐 여유가 있다. 휴대전화의 카메라 장착률이 높아지는데다 고급 카메라 수요가 늘어 당분간은 고속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니셈의 주가는 액면가 500원짜리 주식 값이 25일 현재 4375원을 기록했다. 피터 벡&파트너스 같은 외국계 펀드도 이 회사 주식을 상당량(7.1%) 보유하고 있다.

김 사장은 대학 졸업 후 반도체 관련 중소기업에 취직해 잠시 일하다 창업했다. 행정고시에 합격한 사무관들이 경기도에서 기업 현장 수습을 받을 때나 도내 중.고교 교사들이 현장 견학을 할 때 단골 방문 기업이 됐다.

김영욱 전문기자

유니셈

설립: 1988년 11월

대표이사: 김형균

본사: 경기도 화성시 동탄면

임직원 수: 370명

주요 제품: 반도체 장비(가스 스크러버, 칠러), 휴대전화용 카메라 모듈

자본금: 55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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