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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ㆍIMF가 본 올해ㆍ내년 세계경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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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호 21면

24일 프랑스 파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본부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장-필리페 코티스(사진)가 카메라 앞에 섰다.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되는 올 정기 경제전망 브리핑을 위해서였다.

美 금리 내년 상반기에나 내릴 듯

OECD 수석 이코노미스트 장-필리페 코티스

“이모저모 따져볼 때 요즘 OECD 회원국 경제는 최근 몇 년래 최고다. 내년 말까지는 탄탄한 성장을 이어간다.”

이처럼 명쾌한 경제 진단ㆍ전망이 이코노미스트 입에서 나올 수 있을까. 단서ㆍ전제를 한 자락 깔고도 전망이 어긋났을 때를 대비해 모호한 말투로 일관하는 게 그들이다. 해리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은 “과감하게 말할 줄 아는 이코노미스트 어디 없소”라고 물을 정도였다.

이날 코티스의 표정에는 자신감마저 엿보였다. 그래서인지 이번 OECD 경제전망 보고서에는 지난해 11월 전망과 달리 ‘경착륙 가능성’ 같은 표현이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대신 ‘탄탄한(Solid) 성장’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했다.

지난달 나온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전망도 마찬가지였다. “중국 증시의 급락으로 글로벌 시장이 일시 요동쳤지만 세계경제는 올해와 내년 ‘탄탄한 성장’을 지속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회원국 평균 2.7%, 미국 2.1% 성장”=OECD는 미 경제가 주택시장 둔화 등으로 잠재성장률을 밑돌지만 ▲유로통화권(유로존)과 일본 경제의 성장 지속 ▲중국ㆍ인도 등 이머징 국가의 고도성장 ▲유동성 풍년에 따른 금융시장의 호황 덕분에 30개 회원국의 올 평균 경제성장률이 2.7%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IMF 전망치(2.5%)보다 높다. 다만 내년 전망치는 OECD나 IMF 모두 2.7%로 같다.

OECD가 예측한 올 미 경제성장률은 2.1%다. IMF 예측치(2.2%)와 엇비슷하다. OECD는 “미국의 꾸준한 일자리 창출과 주가 상승 덕분에 소비심리가 위축되지 않아 전망이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OECD는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 탈출이 가능한 성장 궤도에 들어섰다”며 “유로존은 수출과 내수가 나란히 성장을 이끌 전망”이라고 밝혔다.

■물가 압력 커진다=세계경제 호황 뒤에 인플레이션이라는 불청객이 서 있는 양상이다. 최근 회원국 30개국 중 20개국의 실업률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기업 처지에서 보면 임금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국제 유가와 원자재값도 고개를 떨구지 않고 있다.

OECD는 “일자리 찾기가 쉬워 사람들의 씀씀이가 크고 기업의 원자재 수요가 줄지 않고 있다”며 “최근 인플레 압력은 수요 측면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세계화 때문에 한 나라에서 인플레 압력이 높아지면 순식간에 다른 나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코티스는 “미국ㆍ유럽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통제에 실패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IMF도 인플레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금리인하는 내년 상반기에나=경제학 교과서대로라면 경제가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지금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금리를 내려야 한다. 하지만 물가 불안에 발목이 잡혀 있는 모양새다.

OECD는 “미국의 물가 압력을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없다”며 “FRB가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했다. 이어 “주택시장이 급격히 악화하는 등 돌발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내년 초 이후에나 FRB가 금리를 내릴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OECD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식료품ㆍ기름값 등을 제외한) 미 근원 소비자물가(Core CPI)가 떨어지지 않고 실업률이 계속 낮은 수준에서 맴돈다면 추가 긴축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주요국 주택 가격 급락 없다=집값이 급락하면 곧바로 고용이 불안해지고 소비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요즘 각국 경제정책 담당자들이 주택가격 급락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OECD는 “주요 회원국에서 주택가격 급등 뒤 급락하는 과거 패턴을 되풀이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조금씩 바람이 빠지는 연착륙이 가능할 것이란 얘기다.

회원국의 과거 주택가격 흐름을 살펴보면 급락에 앞서 18개월 동안 단기 금리가 적어도 2.5%포인트 오르는 현상이 나타났다. 여파로 집값이 4년 정도에 걸쳐 최고치 대비 평균 40% 떨어지며 주택 투자가 급감했다. “하지만 (인플레 압력이 크지 않는 한) 회원국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천천히 조금씩 올릴 것이기 때문에 집값 급락을 촉발하는 단기 금리 급등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OECD는 예상했다. 미국은 현재 금리인상을 중단했지만 유로존과 일본 등은 인상 추세를 지속하고 있다.

■투자자들 위험에 너무 둔감=미국 주가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주요국 증시가 인터넷 거품 이후 최대 활황이다. OECD는 기업의 순이익이 늘어나고 거시경제가 꾸준히 성장하는 게 최근 주가 상승의 주요인이라고 진단하면서 “주가가 상승 흐름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최근 시장 참여자들이 고수익을 위해 고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는 트렌드도 금융자산 가격 상승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우량-비우량 자산의 값 차이(리스크 프리미엄)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최근 선진-이머징 국가 간의 채권ㆍ주식 수익률 격차가 사상 최저 수준까지 낮아졌다. OECD는 “요즘 금융자산 값이 오르는 데는 타당한 이유가 있기는 하지만 리스크를 무시하는 패턴은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국제경제기구의 쌍두마차인 OECD와 IMF의 밝은 전망에 대해 반론도 만만치 않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의 거시경제 칼럼니스트인 새뮤얼 브리턴은 “(OECDㆍIMF의) 이코노미스트들이 비합리적인 과잉(주택ㆍ금융자산 가격 급등)이나 산더미 같은 가계 부채 등이 야기할 문제를 제대로 감안하지 않고 있다”고 비평했다. 심지어“그들이 (세상과 단절된) 환상의 섬에 살고 있는 것 같다”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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