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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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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구상에는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면서 매년 잊지 않고 찾아와 인명과 재산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짓궂은 손님」이 셋 있다. 서대서양의 허리케인과 인도양의 사이클론,그리고 남서태평양의 폭풍이다.
허리케인(hurricane)은 스페인어의 우라칸(huracan)에서 온 말인데 어원은 마야문명의 「폭풍의 신」 우라켄(huraken)에서 유래하고 있다. 사이클론(cyclone)은 「둥근 원」의 뜻으로 그리스어 쿠클로스(kuklos)에서 따온 말이다. 태풍(typhoon)은 글자 그대로 「큰 바람」이란 뜻. 필리핀에서는 「바그오이」,일본에서는 「열풍」이라 부르기도 한다.
허리케인은 연간 평균 약10개 정도가 발생하지만 대부분 소형이다. 따라서 연간 28개나 발생하는 태풍에 비해 수적으로 적고 규모도 작다. 하지만 대형은 태풍과 필적할만큼 위력이 있다. 지난 40년대 존 포드감독이 만든 『허리케인』이란 영화를 본 사람들은 폭풍과 해일속에서 야자수가 뿌리째 뽑혀 날아가고 섬의 모양이 바뀌는 그 엄청난 파괴력을 기억할 것이다. 당시 명제작자 새뮤얼 골드윈은 이 허리케인을 과학적으로 연구,시속 1백㎞가 넘는 바람을 대형선풍기 15대로 재현했는데 이 인공바람이 어찌나 세찼던지 배우들이 제대로 걸어다니지도 못했다는 뒷얘기가 전한다.
그 허리케인이 지금 미국 플로리다주 남부를 강타,25일 현재 15명의 인명피해와 5만명의 이재민,2백억달러의 재산피해를 내고 계속 서북쪽으로 이동중이라고 한다. 최고시속이 2백25㎞나 되는 이 허리케인 앤드루의 피해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 틀림없다.
1959년 우리나라 남서부를 강습,8백여명의 인명피해에다 37만명의 이재민,1천2백억원의 재산피해를 낸 B급태풍 사라호의 중심시속이 1백26㎞였던 것을 상기하면 이번 앤드루의 위력은 가위 짐작하고도 남는다.
일반적으로 태풍의 경우는 최대풍속이 시속 2백34㎞ 이상이면 초A급,시속 1백80∼2백34㎞면 A급,1백8∼1백80㎞면 B급,61∼1백8㎞면 C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러나 A급태풍만 해도 그 위력은 1억마력짜리 엔진 2백만대를 한꺼번에 가동시킨 힘과 같다. 이것은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폭 1만개의 파괴력과 맞먹는다. 바로 허리케인 앤드루는 그런 강펀치로 미국을 강타하고 있는 것이다.<손기상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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