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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판 치닫는 칸 … 황금종려상은 어디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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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제60회 칸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출품된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오션스 13’의 출연진들이 포즈를 취했다. 오른쪽부터 조지 클루니, 돈 치들, 스콧 칸, 앤디 가르시아, 한 사람 건너 엘렌 바킨, 브래드 피트.[칸 로이터=연합뉴스]

영광의 황금종려상은 어디로-.

칸영화제가 27일(현지시간) 오후 시상식을 끝으로 12일간의 '환갑 잔치'를 마무리한다. 장편 경쟁부문에 오른 22편의 영화가 대부분 공개됐다. 영화전문지 '버라이어티'도 지적했듯, 올해에는 예년보다 뛰어난 작품이 고루 포진했다.

올해는 정치성이 강한 영화와 예술성을 앞세운 영화 사이의 '기 싸움'이 주목된다. 칸은 최근 정치성이 돋보인 작품의 손을 들어주곤 했다. 2004년 반(反)부시 메시지를 담은 마이클 무어의 '화씨 9/11'에 황금종려상을 안겨줬다. 지난해에도 아일랜드 저항군의 갈등을 다룬 켄 로치의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이 영광을 차지했다. 올해에도 각국의 정치상황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 대체로 강세다.

◆ 압제적 사회상 고발=루마니아 신예 감독 크리스티안 문지우의 '넉달 삼주 이틀'에 대한 반응이 좋다. 버라이어티는 '넉달 삼주 이틀'과 미국 감독 코언 형제의 '늙은이에게 땅은 없다' 두 작품을 올해의 '선두주자'로 꼽았다. '넉달 삼주 이틀'은 독재자 차우세스쿠 치하에서 불법 낙태수술을 하려다 곤욕을 치르는 두 여대생의 이야기. 폭압적 사회에 매몰된 개인의 고통을 천착했다.

압제적 사회상은 애니메이션 '페르세폴리스'에서 한결 뚜렷하게 그려진다. 10대 시절에 오스트리아로 유학을 갔다가 조국 이란에 돌아온 소녀가 조국의 숨막히는 분위기 때문에 결국 다시 프랑스로 떠난다는 줄거리다. 마리얀느 사트라피의 베스트셀러 만화가 원작이다.

러시아 거장 알렉산더 소쿠로프의 '알렉산드라'도 첨예한 정치적 문제를 일상적인 눈높이에서 접근해 호평을 받았다. 체첸에서 점령군으로 복무하는 손자를 면회간 할머니가 주인공. 할머니의 눈에는 러시아 병사도, 겨우겨우 살아가는 체첸사람도 모두 딱할 따름이다.

◆ 문화충돌의 현장=서유럽과 타지역 간의 문화충돌을 다룬 작품도 눈에 띈다. 터키 출신으로 독일에서 활동 중인 파티 아킨의 '천국의 가장자리'가 대표적. 전작 '미치고 싶을 때'로 베를린 황금곰상을 받았던 감독은 이번에도 터키와 독일의 미묘한 접점과 갈등, 그리고 상호이해를 다룬다. 오스트리아 감독 울리히 자이델의 '수출 수입'은 동(우크라이나)에서 서(오스트리아)로, 서에서 동으로 각각 일자리를 찾아 떠난 남녀의 이야기를 병렬적으로 배치했다.

◆ 장르영화의 전통=그렇다고 장르영화 전통을 따르는 작품들이 외면받고 있는 건 아니다. 코언 형제의 범죄 추격물인 '늙은이에게 땅은 없다'는 영화제 초반부터 고른 지지를 얻고 있다. 줄리앙 슈나벨 감독의 '잠수종과 나비'도 미국.유럽 평자 모두 높게 평가했다. 정신은 멀쩡한데 손가락 하나 까딱 못하고 말도 못하는 상태에 빠진 전직 잡지 편집장의 실화가 감동적이다. 칸의 악동 퀜틴 타란티노의 '데스 프루프'는 과격하기 짝이 없는 자동차 추격.충돌을 보여주며 피곤함에 지친 기자들을 열광시켰다.

◆ 카메라의 예술미=영화미학에 집중하는 작품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도 있는 곳이 칸이다. 올해의 경우 '카메라 예술'에 무게를 실은 작품은 평가가 크게 엇갈리는 편이다. 압도적인 힘이 실린 롱테이크로 시작하는 러시아 안드레이 즈비아귀체프 감독의 '추방'이나 각각의 장면이 보통 영화의 세 배쯤 느린 속도로 흐르는 멕시코 카를로스 레이가다스 감독의 '침묵의 빛'이 그렇다. 헝가리의 거장 벨라 타르의 '런던에서 온 사나이'는 사진.미술.소설이 따라할 수 없는 카메라 예술의 독창성을 구현했다.

◆ 한국영화 수상 전망=이창동 감독의 '밀양'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현지 일일소식지의 하나인 '르 필름 프랑세'가 4점 만점에 2.6점을 줬다. 24일까지 공개된 경쟁작 18편 중 세번 째로 높은 점수다. 1, 2위는 '넉달 삼주 이틀'(3점)과 '늙은이에게 땅은 없다'(2.8점)가 차지했다. 로이터통신은 '밀양'에서 "전도연의 감동적인 연기가 매우 돋보였다"며, '숨'의 지아, '알렉산드라'의 갈리나 비시네프스카야, '수출 수입'의 에카테리나 락 등과 함께 여우주연상 후보로 꼽았다.

칸=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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