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하반기 70달러까지 오를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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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하반기 국제 유가가 사상 최고 수준인 배럴당 70달러까지 상승한다는 전망이 나왔다.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일부 국가의 원유 감산 등 작은 충격이 발생할 경우 유가가 크게 뛸 수 있다는 것이다.

25일 이재훈 산업자원부 제2차관 주재로 열린 '민.관 유가 동향 점검회의'에 참석한 국내 에너지 전문가들은 "하반기 유가가 배럴당 65달러 수준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이지만, 70달러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크다"고 진단했다. 이 회의에 참가한 에너지경제연구원.석유공사 관계자들은 "현재의 고유가는 구조적 요인에 기인한 것"이라며 "단기간에 떨어지기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회의에서 유가가 급등한 근거로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하루 170만 배럴 감산을 합의했고, 나이지리아의 정정 불안으로 다시 하루 70만 배럴의 생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점이 꼽혔다. 또 미국의 휘발유 재고가 1억9500만 배럴(5월 11일 기준)로 연초보다 2500만 배럴이나 줄어든 점도 유가 불안의 배경으로 지적됐다.

이들 전문가는 "1970~80년대의 1, 2차 석유파동이나 걸프전 직후 고유가는 정치적 요인에 의한 일시적 현상이었다"며 "이에 비해 최근의 유가 불안은 공급 부족이라는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급등한 유가가 낮아지기는 어렵고, 공급 부문에 작은 충격이 가해지면 유가가 급등하는 불안한 상황이란 것이다. 두바이유 현물가는 지난해 8월 8일 사상 최고치인 배럴당 72.16달러를 기록한 바 있다.

정부와 에너지 관련 기관들은 원유 수급의 위기를 단계별로 구분해 대응체계를 점검하기로 했다. 석유공사는 해외자원 개발과 석유 비축 확대를 추진하기로 했다.

가스공사는 액화천연가스(LNG)의 동.하절기 간 가격 차이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수요 관리를 나눠 맡기로 했다. 석유제품 가격 조사도 공장도 판매가격에서 실거래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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