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스타 비 '노래 홈런' … 이승엽 홈런 날리던 도쿄돔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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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비가 25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레인즈 커밍(Rain’s Coming)’ 공연에서 열창하고 있다. [스타엠 제공]

25일 오후 7시20분. 일본 도쿄 시내에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운데 가수 '비'(25.본명 정지훈)의 도쿄돔 공연이 시작됐다. 워낙 많은 관객이 몰려 시작이 20분이나 지연됐다.

객석은 각종 색깔로 수놓은 듯한 야광봉의 바다였다. 비가 현란한 몸짓과 함께 '이츠 레이닝(It's Raining)'으로 무대에 등장하자 4만3000여 관객은 일제히 환호로 응답했다. 월드스타 비의 진가가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비는 이날 도쿄돔 무대를 완벽하게 장악했다. 3월 말 도쿄돔 공연이 확정됐을 때 일본 언론은 물론 국내에서도 제기됐던 회의론을 말끔히 씻어내렸다. 공연장이 워낙 커 과연 비가 관객을 얼마나 불러들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도쿄돔은 5만5000석 규모의 일본의 대표적 공연장이라 '일본의 심장'으로 불린다. 지금까지 객석을 가득 채운 일본 가수도 하마사키 아유미.아라시 등 소수에 불과하다. 해외 스타도 만석을 채운 사람은 롤링스톤스.마돈나 정도다. 지난달 세계적 팝스타 비욘세가 무대에 섰을 때도 객석의 절반밖에 차지 않았다.

이날 비의 공연에는 유료 관객만 3만8000여 명이 몰렸다. 비욘세 공연 때 텅 비다시피했던 2, 3층까지 관객이 빼곡히 들어찼다. 일본의 100여 개 매체가 취재경쟁을 벌였고, 쿠사나기 츠요시(초난강).가토리 신고.축구선수 미우라 등 일본 내 유명인사 200여 명이 공연장을 찾았다.

비는 이날 두 시간 동안 '나쁜 남자' '태양을 피하는 방법' '내가 유명해지니 좋니' 등 히트곡 20여 곡을 스펙터클한 무대장치를 배경으로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빠른 비트의 노래는 격렬하게, 느린 템포의 곡은 애절하게 부르며 관객의 마음을 들었다 놓았다 했다. "도쿄돔 공연을 위해 하루 춤 연습에 11시간, 노래 연습에 5시간을 쏟아부었다"는 그의 말이 실감나는 무대였다. 비가 무릎을 꿇고 절규하듯 노래하는 장면에서는 객석에서 "사랑해요" 등의 한국말이 튀어나오기도 했다.

그는 또 노래 중간의 대사를 모두 일본어로 소화해 팬들에게 보답했다. 260t에 달하는 무대장치, 동서양 요소들이 조화된 공연 레퍼토리 등 2005년 9월 도쿄 부도칸 공연 때보다 훨씬 업그레이드된 무대였다. 티켓 값도 1만2000엔(약 9만6000원)으로 비욘세 등 톱스타 대우를 받았다.

이번 공연의 성공은 비에게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한국 가수로는 처음으로 도쿄돔 무대를 밟았다는 '기록' 외에도 일본인에게 비를 '배우' 아닌 '가수'로 인식시키는 계기가 됐다. 또 '음반 판매량=관객 동원력'의 공식을 깨뜨리며 공연 중심의 특급 엔터테이너로서의 위상을 확실하게 굳혔다. 그간 비의 일본 내 음반 판매량은 다른 스타들에 비해 부진했던 게 사실이다. 비는 "도쿄돔 공연 등 이번 월드투어에서 얻은 자신감이야말로 미국 시장 진출의 가장 큰 무기"라고 말했다.

비의 전 소속사인 JYP의 홍승성 대표는 "도쿄돔 공연에 일본과 미국의 음반사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며 "공연의 성공으로 비의 미국 시장 진출이 더욱 가속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비는 다음달 초 태국에서 공연한다. 또 다음달 15일부터 하와이.애틀랜타.뉴욕.로스앤젤레스 등 미주 공연을 열며 지난해 12월 서울 공연으로 시작된 월드투어의 마무리를 짓는다.

도쿄=정현목 기자

◆ 도쿄돔=이승엽 선수가 뛰고 있는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홈구장이다. 돔 형태의 실내 경기장으로 대규모 공연장으로도 이용된다. 롤링스톤스.머라이어 캐리.마돈나.비욘세 등 세계적 아티스트와 일본의 정상급 가수들이 무대에 올랐다. 1988년 완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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