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의 비밀무기 바버라여사/문창극 워싱턴특파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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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휴스턴 공화당전당대회의 셋째날인 19일은 여성의 날이었다. 이미 예비선거를 통해 부시가 후보로 결정되어 있지만 형식상 대의원들은 투표를 통해 부시를 후보로 뽑았으며 공화당의 기라성같은 남자 정치인들을 제치고 여자인 린 마틴노동장관이 후보지명연설을 했다.
여기에 퀘일부통령의 부인 마릴린여사의 연설이 있었으나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부시 부인 바버라여사의 연설이었다. 공화당은 이날의 뉴스초점이 바버라여사로 맞춰지도록 가장 시청자가 많은 저녁시간대를 그녀에게 할애했다.
공화당은 그녀를 부시가 감춰놓은 비밀무기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그녀의 용모부터가 모든 사람에게 호감을 준다.
백발의 후덕한 67세의 할머니로 항상 온화한 웃음을 띠고 있는 그녀를 누구도 싫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여론조사를 보면 부시가 겨우 30%대의 지지를 얻고 있는데 반해 바버라여사는 70%대의 호감을 사고 있어 인기면에서 클린턴을 훨씬 앞지르고 있는 것이다.
남편의 뒤에서 충실히 가정을 뒷바라지 해온 전형적인 가정주부로 인식 되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이같은 처신에 대해 『남편이 뽑혔으면 나는 뒤에서 조용히 있어야 하고 내가 뽑혔다면 남편이 조용히 있어야 한다』는 퍼스트 레이디의 처신철학을 밝히기도 했다.
공화당이 그녀를 내세운데는 이번 선거에 주요 쟁점이 되는 「가족의 가치」에 바버라여사가 적합한 인물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좋은 가정교육을 통해 많은 자녀를 잘 양육시킨 보통의 어머니라는 점이 장점이 되고 있는 것이다.
나라가 제대로 되려면 교육의 책임을 국가나 사회로 미루기보다는 이렇게 각 가정에서 자녀들을 잘 교육시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부각시키고자 한 것이다.
그녀는 클린턴부인 힐러리여사와 이런 점에서 대비된다. 변호사로서 전문직 여성인 힐러리여사는 가정의 가치를 모른다는 것이다. 부캐넌은 그녀를 「급진적인 여성운동가」로 단정하고 『자식들이 가정에서 부모를 도와 집안일을 하기보다는 불만이 있으면 부모를 고발할 수도 있다』는 철학을 갖고 있는 여자라고 비난했다.
양의 동서를 막론하고 부인이 남편의 위세를 업고 설치는 꼴불견은 다 싫어하는 모양이다.<휴스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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