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만이 살길"...학구열 후끈|행정전문선 부응 급속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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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내무부 지방재정 국 김기재 국장(46)의 요즈음 일과는 새벽4시쯤 시작된다.
86년 수료한 동국대 행정학과 박사과정의 논문을 작성하기 위해서다. 준비중인 지방재정에 관한 논문에 필요한 서적을 들춰보고 각종자료를 분석하다 보면 어느새 오전7시. 출근준비를 서두른다.
고시출신인 긴 국장은 서기관 진급직후인 82년 국비유학으로 미국 하버드대에서 석사학위를 땄다. 내무부의 핵심국장으로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는 평가를 듣는 그이지만「고관」이 아닌「전문행정가」의 의욕으로 새벽 논문준비에 몰두한다.
『실력만이 살길이다.』
정부행정의 기능이 복잡해지고 전문성의 요구가 커짐에 따라 공무원들도 공부하는 분위기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단적인 예가 정부 각 부처에 일고 있는 대학원 진학열기다. 정부가 비용을 부담하는 해외연수의 관문은 항상 바늘구멍이고 국내 야간대학원 강의실에서 는 어디서나 흔하게 공무원을 발견할 수 있다. 고려대 교육대학원에 재학중인 교육부 시설국 주사 장현성씨(39)는『교육부의 주사 가운데 다니거나 마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이 대학원에만 14명이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석·박사 공무원의 수가 크게 늘고 있다.
총무처가 93년 공무원센서스를 앞두고 최근 일부 중앙부처를 대상으로 실시한 박사학위취득자 증가실태조사에 다르면 85년 2명이던 농림수산부는 15명, 5명이던 과기처는 15명, 2명이던 문화부는 10명, 1명이던 건설부는 6명, 2명이던 환경처는 5명으로 각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두뇌집단인 경제기획원은 공정거래위를 합해 7명11명의 직원 중 박사가 28명, 석사는 2백35명에 이른다. 또 노동부는 사무관급이상 3백40명 가운데 60여명이 석·박사다. 이 같은 추세는 최근 정부가 공무원의 전문화를 추진, 학위소지자의 특채분야를 확대하고 해외연수 자를 늘리면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공무원의 학구열은 집단 학습의 형태로 나타난다.
노동부 직업안정화정국의 사무관이상 직원들은 지난2월부터 인력문제에 대한 워크숍을 매달 2,3회 갖고 있다. 3명의 주무과장이 해외유학으로 석사학위를 딴 사람들이어서 워크숍은 불꽃 튀는 의견교환을 통해 그때 그때의 현안해결은 물론 장·단기 인력정책 등 업무발전에 크게 도움이 된다는 평가다.
경제기획원은 사무관 이상이 참여하는「한일 경제연구모임」을 결성해 매월 전문가를 초청, 강연을 듣거나 양국의 공동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도 하고 있다.
보사부 총무과장 엄영진씨(48). 행정고시 출신에 보사부 해외연수1호로 영국 웨일스대에서 보건경제학 박사를 딴 그는 82년부터 연세대 보건대학원에서「외래부 교수」로 의료보장 론을 강의해오고 있다.
전문화노력과 학구열은 풍부한 실무경험과 결합돼 공무원들을 전문분야 서적의 저자나 대학의 강사로 만들기도 한다.『○○○의 이론과 실제』『○○○해설』등의 이름이 붙은 서적의 저자는 뜻밖에도 공무원들인 경우가 많다. 노동부 문경자 근로기준과장(45)은 86년『노동조합 법 상해』『노동쟁의 조정법 상해』에 이어 90년『노동조합·노동쟁의』는 노조간부와 노무관리자들의 인기를 끌어 전문서적분야의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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