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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병·징용·정신대 학교서 안가르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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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중·고 국사교과서 “단한줄만 언급”/입시에 출제된적 없어 그냥 지나가/일제만행보다 독립운동 강조 허점
정신대·징병·징용 등 일제가 저지른 만행과 그에 대한 배상이 한일간 주요 외교 현안이 되고 있는 가운데 청소년들에게 기초적인 역사의식을 가르치는 중·고 국사교과서에 일제 당시 강제로 끌려간 조선인들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수백만명의 조선젊은이·부녀자들이 일본·동남아 등지로 끌려가 희생됐고 생존자들의 절규가 광복47년을 맞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데도 일제가 우리에게 어떠한 만행을 저질렀는지조차 제대로 가르치고 있지 않은 것이다.
이때문에 중·고생들중에는 징병·징용의 차이점이나 정신대의 의미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실태=92년 개정된 고교 국사 교과서에는 하권 1백26쪽부터 1백68쪽까지 「민족의 독립운동」이란 제목으로 일제하를 기술하고 있다.
이중 징병·징용은 1백33쪽에 『우리 민족은 전쟁에 필요한 식량과 각종 물자를 수탈당했고,지원병이라는 명목으로 우리의 청년들이 전선으로 끌려갔으며,마침내는 징병제·징용제에 의해 일본·중국·사할린·인도차이나 등지에 강제 동원되어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고만 적혀있고 정신대 피해에 대해서는 단 한줄도 언급되어 있지 않다.
중학 교과서 하권에도 1백41쪽에 『태평양전쟁중에는 전쟁에 필요한 물자와 인력이 크게 부족하게 되자 우리의 청·장년들이 강제로 징용되어 광산이나 공장에서 혹사당했고,학도지원병제·징병제 실시로 우리의 청년 학생들이 각지의 전선으로 끌려갔다. 뿐만 아니라 여자들까지도 침략전쟁의 희생물이 되었다』고만 적혀 있을 뿐이다.
◇원인=개정교과서가 일제하의 피해보다 우리의 주체적인 독립운동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역사 서술은 주체성의 강조라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자칫 과거의 역사중 수치스런 부분은 고의로 누락시켜 역사를 왜곡한다는 부정적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반민족 문제연구소 김봉우소장은 『일제의 가혹한 수탈·만행을 정확히 이해할때 독립운동은 더욱 빛나는 것』이라며 『아직까지도 피해자가 생존해 있는 정신대·징병·징용에 대해 정부가 정확한 진상을 규명하고 역사에 기록,후대에 알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점=청소년들중에는 정신대·근로정신대·징병·징용 등의 뜻을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많다.
김영석군(S고 2)은 『정신대 얘기는 가끔 들어 어렴풋이 짐작만 하다 지난해 방송국 드라마를 보고 비로소 알게 됐다』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끌려갔고 그뒤에 어떻게 됐는지 궁금하지만 수업시간에는 거의 얘기가 없어 답답하다』고 했다. 서문여고 기회청교사(41·국사담당)는 『정신대 등의 문제는 교과서에 수박 겉핥기식으로 언급된데다 지금까지 한번도 입시에 출제된 적이 없어 교사·학생 모두 그냥 지나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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