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금성 위협받는 증시/바닥 모르는 하락 어디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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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미 자유협정 등 「악재공포」못벗어/한전주 매물·자금악화설 등도 한몫
주식시장이 한여름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4백80선마저 무너져 종합주가지수는 연초에 비해 23.2%,사상 최고치인 89년 4월1일(1,007.77)에 비해서는 52.4%나 떨어졌다.
지난 5일 5백선이 무너진 증시는 10일 고대하던 3투신사에 대한 한은특융 집행 등에 힘입어 5백선을 회복했었다. 그러나 반등시도는 너무나 짧았으며,11일부터 줄곧 하락해 4일동안 28.98포인트나 밀려났다.
지금 증시는 「악재공포증」에 걸려있다. 호재는 잠깐일뿐 여러 악재가 시장을 지배함으로써 주식시장이 직접 자금조달 시장의 기능을 잃었으며 환금성도 위협받고 있고 일부는 가격형성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주식시장의 악재바람은 11일 동경 등 세계 주요국가 증시의 동반하락에서부터 비롯됐다. 12일에는 한동안 뜸하던 일부 상장사의 자금악화설이 퍼졌으며,14일로 우리사주주식 의무예탁 기간이 끝남에 따라 매물이 많이 나오리란 우려 때문에 한전 주식이 1만원대 아래로 처지며 주가하락을 주도했다.
13일에는 북미자유무역협정 체결이 우리 수출에 심각한 영향을 주리란 예상 때문에 크게 밀렸으며,또 일부 상장사의 자금악화설이 퍼졌다. 한은이 통화관리를 강화하자 시중 자금사정이 급속히 냉각되면서 8월초 연14.7%까지 떨어졌던 회사채 유통수익률이 다시 16%대로 급등하면서 주식과 대체관계에 있는 채권값이 하락세로 반전됐다. 수익률하락(채권값 상승)으로 인해 채권쪽으로 몰리던 돈이 주식시장으로 오리란 기대가 무너졌다.
정치권의 대립이 정치특위 구성으로 파국을 면하고 김우중대우그룹회장의 신당결성설이 부인됐으나,또 다시 민자당 이종찬의원의 신당설이 퍼졌으며 원구성과 단체장선거 실시는 여전히 정국불안의 불씨로 남아있다.
약세분위기속에서도 장을 주도하며 관심을 끌어온 이동통신 사업 관련주들은 당정간 사업자 선정연기 문제로 갈등이 표면화 되자 주도권을 내놓고 주저앉았다. 재계의 금융실명제 거론도 시장에는 나쁜 영향을 주었다.
여느때 같았으면 12월 결산법인의 반기 영업실적에 따라 주가가 재편되는 「실적장세」가 펼쳐졌을텐데,올해는 이 또한 상황이 좋지 않다.
전반적으로 반기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특히 상장 제조업은 수익성이 크게 악화돼 있어 올 시장개방 이후 정착된 실적 중심의 투자패턴이 오히려 장세약화를 가져오리란 예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1조2천억원 규모의 증시안정 채권발행 및 증권사 회사채 발행허용,증시안정기금 추가출자와 같은 증시대책이 나올 것이라는 풍문이 나돌고 있다. 그러나 섣부른 대책은 일시적인 반등에 그치고 오히려 더 많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주가가 빠진만큼 바닥에 좀더 가까워졌다는 점이다.
증권전문가들은 우리 경제가 지표상으로 회복국면에 있으며,주가가 3년 주기로 전환점을 그려온 점에 비춰볼때 머지않아 반등하리란 진단을 하고 있기도 하다. 투자자들은 좀더 차분해질 필요가 있다.<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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