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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어뢰공장 예술센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베일에 싸인듯 신비롭기만하던 예술가들의 창작과정을 지척에서 지켜보는 방문객(주로관광객)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화가·조각가·도예가·섬유예술가·유리공예가·사진작가·금속공예가·판화가등 각양각색의 시각예술가들이 각자의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을 홀린 듯 한참동안 바라보던 방문객들은 작가가 한숨 돌리는 틈에 궁금한 점이나 마음에드는 작품의 가격을 묻기도 한다. 제작 및 전시·판매가 한자리에서 이뤄지는 미국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시「어뢰공장예술센터」.1백50여명의 예술가들이 한데 어우러져 서로 비평과조언을 나누며 개성있는 창작세계를 일구고 있다는 사실이 우선 이채롭다.
해마다 75만명 가량의 방문객이 몰려드는 이 예술센터가 문을 연 것은 지난 74년 가을.원래 이 건물은 20세기초에 무기공장으로 문을 열었으나 전후 알렉산드리아시가 연방정부로부터 이 건물을 사들이자 예술가들이 「창작의 산실」로 꾸미자고 제안했다. 무기공장을 예술공간으로 탈바꿈 시키기에는시당국이 책정한 14만달러가 턱없이 부족했으므로 예술가들은 스스로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서 벽돌부스러기를 실어나르고 벽에 페인트칠도 했다는 것.
이 예술센터 회장인 화가 매리언 밴 랜딩햄씨는『자유로운작업장을 갖게된다는 꿈에 부풀어 우리들은 지난 50여년간 쌓인 무기공장의 먼지와 싸우며 일하면서도 전혀 힘드는 줄을 몰랐다』고 회상한다. 이같은 노력의 대가로 예술가들은 작업장겸 전시공간뿐 아니라수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예술에 대한 관심도 얻게됐다며 뿌듯한 웃음을 짓는다. 더구나 늘서로마주치는 예술가들이 함께 점심을 먹거나 차를 마시며 작품에 대한 의견을 나눌수 있어 창작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자극제가 된다는 얘기다.
83개에 이르는 6∼30평 크기의 작업실,5개의 공동 전시장,시민을 위한 미술교육실 등으로 구성된 이 3층 건물은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따라서 이건물의 예술가족이 되고싶어 빈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은데,특히 스테인드 글라스분야의 경우 항상 70명을 웃돌 정도. 그러나 이 예술센터에 자리잡은 이상 떠나려는예가좀처럼 드물뿐더러 어쩌다 그런 자리가 나더라도 차체내 예술가들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의 동의를 얻어야 이 예술가의 집 가족이 묄수 있다. 이 예술가들은 어린이·시민들을 위한 조각·도예·보석공예·판화등의 실기강좌 및 강연회를 연중 계속 여는외에 각 미술분야에 재능있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장애자들을 위한 전시회를 열기도 한다. 좀더 많은 사람들이 미술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끝없이 노력하는 것이다.
지난 75년부터 이 예술센터에서 작업해 왔다는 수채화가 마거팃 앨더슨씨는 요예술가로서 이런 공간을 차지하게 된것은 더할 나위 없는 축복』이라고 단언한다. 예술가 및 예술 애호가들과의 끊임없는 만남과 나눔을 통해 그는 유럽각국·멕시코등 외국에 초대돼 전시회·워크숍을 열수 있을 만큼 실력과 인기를 쌓게 됐다는 얘기다.【알렉산드리아=김경희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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