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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 "등산화 사세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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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남에서 돌아온 새까만 김상사'가 파는 등산화 사세요"

최근 한 홈쇼핑이 쇼핑호스트 지망생 중 'UCC동영상 제작' 관문을 통과하는 사람을 정식 채용하겠다고 나서 화제다.

GS홈쇼핑은 "14일부터 2차 평가를 통과한 28명이 각자가 써낸 시나리오대로 UCC를 제작해 네티즌의 투표 심사를 거치고 있다"며 "호감도.창의력.재미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면 정식 채용하겠다"고 22일 밝혔다. 상품만을 설명하는 쇼핑호스트가 아닌 엔터테이너 형 쇼핑호스트 '쇼퍼테이너'(Shopertainer=Shopping + Entertainer)를 뽑겠다는 것이다.

이 회사 홈페이지에는 28명의 예비 쇼핑호스트들이 3~4분짜리 UCC를 제작해 네티즌의 '간택'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 선두를 달리고 있는 후보는 '고향에서 온 편지, 정관장의 새로운 발견'을 제작한 김지이씨. 그는 고쟁이에 머릿수건을 얹은 시골 할머니로 분장했다. "옆집 아지매는 정관장 받았다고 자랑하던데 몸에 좋은 것이 억수로 많다 하데, 근데 봄이 되니까 몸이 여기저기 안 쑤신데가 없네 ̄. 장면이 바뀌면서 말끔한 차림으로 나온 김씨는 정관장을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조리법을 공개하며 홍삼젤리 만드는 요령을 소개했다. 김씨의 동영상은 2343명으로부터 호감도 별4개(별 5개 만점), 창의력 별4개, 재미 별4개를 받았다.

다음으로는 '원피스와 등산화'를 제작한 김옥진씨. 군복 차림으로 등장한 그는 "(군화를 신은 채) 행군하고 뜀박질하고…힘들어 죽겠네, 이건 왜 이렇게 무거운거야"라고 소리친다. 화면이 바뀌고 군화 대신 새로 산 코오롱 등산화를 신은 김씨. '월남에서 돌아온 새까만 김상사' 노래가 흐르면서 날아갈 듯 가벼운 표정을 짓는다. 김씨의 동영상엔 2143명이 참여, 역시 호감도와 창의력, 재미 부분에서 각각 별 4개를 주었다.

이밖에 '또라이 사랑' 동영상으로 시계를 판매하는 황영호씨, '금자씨는 통화 중' 동영상으로 해남황토 고구마를 판매하는 김경희 씨 등이 눈길을 끈다. 예비 쇼핑호스트들의 동영상은 각종 사이트 및 커뮤니티 등으로 유포됐고 이를 본 네티즌들은 "똑같은 재방송이 아니라서 골라보는 재미가 있다" "아이디어가 독특해서 보고 있으면 충동구매를 할 것 같다"는 등의 댓글을 올렸다.

◇쇼퍼테이너 본격 가동=기존의 딱딱한 홈쇼핑 방송이 개그나 시트콤, 쇼 프로그램 등의 형식으로 진화해 고객들에게 재미를 주고 있다. 플래시 애니메이션이나 친근한 캐릭터를 활용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의 보정속옷 방송을 맡고 있는 장영선 쇼핑호스트는 방송사 개그우먼 경력을 살려 연예인의 성대모사나 유행어 등을 구사해 속옷을 소개했다. 침대 방송을 진행하는 박현태 쇼핑호스트는 영화 '미션 임파서블'의 장면을 인용, 온몸을 던져 침대의 충격흡수 부분을 소개했다. 재미있는 소재는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이는 바로 매출로 이어지고 있다.

롯데홈쇼핑 홍보팀 이인상 팀장은 "고객들은 상품 설명만을 늘어놓는 홈쇼핑 방송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며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고 공감대를 형성하면 채널 고정 시간이 길어져 매출 증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홈쇼핑 업계 한 관계자는 "10여 년 동안 사각형 화면 안에 아나운서 같은 포즈를 취하며 상품을 소개했던 지루한 쇼핑호스트는 이제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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