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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국정홍보처는 폐지돼야 마땅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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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노무현 정권의 자폐(自閉)적인 언론 정책을 수행하는 첨병은 국정홍보처다. 이 부처는 오랫동안 국정 홍보보다는 정권 홍보에 나랏돈을 쓴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정권의 홍위병 역할을 하는 이런 후진국형 정부기구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홍보처 '존재의 이유'에 관한 논란은 수십 년간 지속돼 왔다. 부처는 없어졌다 생기기를 반복했다. 존재의 정당성이 확고하면 이랬겠는가. 1948년 정부 수립 때 공보처가 생겼다가 56년 공보국으로 쪼그라들었다. 61년 5.16 쿠데타 후 공보부로 부활했다가 68년엔 문화공보부로 확대됐다. 90년 다시 공보처로 떼어져 나왔다가 98년 김대중 정부의 개혁 조치로 공보처는 없어지고 공보실이 생겼다. 그러다가 김대중 정권의 대언론 압력이 가중되면서 99년 5월 지금의 국정홍보처로 다시 살아났다. 권력과 언론의 분리라는 원칙이 강조될 때는 위상이 축소됐다가 언론에 대한 권력의 공격이 심해질 때 몸집이 불었다. 이는 무엇을 말해 주는가.

현 정권의 국정홍보처는 품위 없는 홍보소동 시리즈를 연출해 왔다.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에는 공무원의 기고나 정부 부처의 광고 게재를 통제했다. 70년대 군사정권의 광고 통제를 모작(模作)한 것이다. 홍보처가 각 부처를 개헌 홍보에 나서도록 떠미는 바람에 개헌 업무와 상관없는 경제.사회.문화 부처까지 수십만 통의 e-메일을 발송하는 소극(笑劇)이 벌어졌다. 행정수도라는 대통령의 위헌 공약과 전국적 개발 정책이 땅값 상승의 진원지였음에도 홍보처의 국정브리핑은 '부동산 실록'이라는 시리즈로 정권 정책을 미화했다. 이제는 언론의 취재 활동을 지원해야 할 부처가 거꾸로 이를 제약하는 기행(奇行)에까지 이르렀다.

이런 홍보처는 없어져야 한다. 국정의 대내.해외 홍보를 위한 조직과 산하기관은 유관 부처로 넘기고 홍보처를 해체하라. 정권의 언론 통제를 눈앞에서 목격하고 있는 대선 주자들은 홍보처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어야 한다. 정권이 진실로 언론의 마음을 움직이면 홍보처가 없어도 홍보는 저절로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