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봉수9단 "파이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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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8월1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두어진 「제2기 응씨배세계프로바둑선수권전」 8강전에서 한국의 서봉수9단이 일본의 다케미야 마사키(무궁정수) 9단을 꺾고 4강에 진출했다.
다케미야9단은 조훈현·조치훈·임해봉·호위평·고바야시 고이치(소림광일)등과 함께 세계최강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사람 가운데 한명인데, 7월29일의 「제4기 동양증권배 세계바둑선수권전」에서 김수장8단에게 완패당한데 이어 3일만에 또 서9단에게 일격을 맞아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
일본 바둑계도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원래 응씨배의 8강전은 도쿄의 아카사카(적판) 프린스호텔에서 두어졌으나 개막 전에 있었던 각국 대표자회의때 다케미야9단과 후지사와 슈코(등택수항) 9단이 8강에 오를 경우 자국내의 대국 스케줄 때문에 그들의 8강전은 연기하기로 미리 합의가 이루어졌었는데 후지사와9단은 중도탈락으로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다케미야 9단은 8강에 진출, 연기가 불가피했던 것.
일본기원측에서는 『7월17일 도쿄에서 두자』고 주장한데 반해 서9단은 『다케미야 9단의 사정으로 연기된만큼 이번에는 우리의 요구대로 함이 마땅하다. 8월1일 서울에서 두게 해달라』며 미리 귀국했다.
이에 단장겸 회의대표인 필자등은 「8월1일 서울 대국」을 성사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으니 그 자체가 팽팽한 승부의 줄다리기였다.
초대 챔피언이며 세계바둑황제인 조훈현9단과 이창호5단·유창혁5단등 한국의 랭킹 1, 2, 3위 기사가 줄줄이 탈락하는 수모를 당해 선수단은 물론 한국바둑계는 초상집 같은 분위기였다.
물론 조치훈9단만은 가볍게 4강에 올랐지만 잘 둬나가던 양재호8단이 8강전에서 예내위9단을 맞아 줄곧 우세하게 이끌다가 결정적 고비에서 자멸함으로써 서9단은 한국의 마지막 보루로 기필코 살아남아야 할 절박한 처지였다.
조치훈9단·서봉수9단 예내위9단 오타케 히데오(대죽영웅)9단, 다름아닌 제2기 「응씨배」4강의 얼굴들이다.
따지고보면 한국인 2명에 중국인 1명, 일본인 1명이니 제1기 우승자의 탈락이 충격적이었을뿐 결코 한국팀의 성적이 나쁜 것도 아니다.
이들 4강이 벌일 준결승전의 대진표는 조치훈-서봉수, 예내위-오타케.
따라서 한국인 1명의 결승진출은 이미 정해진 셈이다.
준결승전(3번승부)의 장소는 ①대북②부산으로 예정되어 있다. 대북에서 두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대만 정부에서 예내위 9단의 입국을 허락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어 그럴 경우에는 부산에서 갖기로 합의를 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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