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처리 공정성 아쉽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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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의료사고는 피해자가 납득할 수 있도록 처리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지난 6월16일 오후7시40분쯤 3살짜리 딸 혜리가 집앞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 인근 수원S병원 응급실로 아이를 곧바로 이송시키고 의료진에 『아이를 살려달라』고 애엄마가 애원했다. 그러나 복잡한 수속절차와 돈이 필요했다.
시간이 다소 흘러 엄마와 이모가 혜리를 부르니 아이가 눈을 떴다. 혜리는 아프다고 소리를 쳤다. 골반부근에서 피가 쏟아져 시트는 온통 피로 물들었다. 혜리는 『엄마 물물…』하면서 『엄마 빠빵이 아야 했어』라며 고통에 몸부림쳤다. 잠을 재우면 고통이 덜할 것같아 병원을 찾은지 2시간여만인 9시30분쯤 혜리를 재웠다.
수술이 시작된 것은 병원을 찾은지 무려 3시간여만인 10시30분쯤이었다. 2시간가량 수술이 진행된후인 0시45분쯤 의사는 아이가 죽었다고 말했다. 「과다출혈」이 원인이라는 것이었다.
교통사고 환자가 병원을 찾은 뒤 3시간만에야 수술을 받을수 있었던 이유를 따지니 병원측은 『수술준비에 그만큼의 시간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의료전문가가 아니기에 수술에 어떤 절차가 필요하고 어떤 기술이 사용되는지는 알수 없다. 그러나 3시간만에 수술이 이뤄진 것은 「상식」으로는 납득할수 없고 또 출혈로 숨졌다는데 중간에 지혈조치가 없었던점도 이해할수 없다.
작은 의료사고라도 경험한 사람들은 알게TWl만 의료사고때 의료진은 보통사람들이 알아듣지 못할 용어와 상황설명을 한다. 언제나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료사고에 관한한 우리나라 만큼 의료진의 잘못이 없는 쪽으로 판정이 나는 나라도 드물 것이다. 우리 의술이 세계 최고의 수준이어서 이처럼 의사의 과실이 드문 것은 아니다.
의료사고의 처리가 공정한 기관, 혹은 기구에 의해 이뤄지지 않고 의사들의 일방적인 설명에 좌지우지되기 때문이다. 의료사고가 났을 때 당사자들이 억울하다고 느끼지 않도록 공정한 처리가 가능한 제도나 기구의 설립을 관계당국에 건의한다.
양상모<경기도수원시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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