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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협한 이전장관 시각 실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중앙일보 7월27일자 5면의 이어령 전문화부장관의 「올림픽 개막식을 보고…」의 특별기고 칼럼을 읽고 실망을 금할수 없었다.
이전장관은 성화대 점화방식에서 엠블럼, 식전행사 연출, 이데올로기까지 거론하면서 이번 스페인 하계올림픽의 개막식은 서울올림픽에비해 「인류전체의 한마당」이지 못했고 「민족주의 냄새」만 그득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여기서 그의 칼럼을 자세히 다시한번 살펴보자. 우선 성화대 점화부분이다. 과연 「화살을 쏘는 간접점화」가 「직접 인간의 손으로 정성을 드려 손수 불을 붙이는」것보다 과연 「지역적인 사고」의 결과인지, 그리고 지역적인 색채가 강한 동물을 마스콧이나 엠블럼으로 사용치 않고 오히려 이상적인 것으로 구성했다고해서 이것이 도리어 지역주의의 결과인지, 또한 태권도·호돌이·굴렁쇠는 「세계가 하나되는」「벽을 넘는」 연출법이며, 헤라클레스의 등장과 그에 관련된 연출은 지역내셔널리즘의 결과라고 단정할수 있는지, 그리고 우리의 전통 북춤과 한강의 전통 뱃노래와 태극문양은 가능하고 그들의 플라멩코와 오페라와 피카소의 그림은 「균형과 조화를 살리지」못한 「톱스타의 독무대」 였는가. 그리고 서울올림픽이 「동네무대」고 「우리들의 무대였다」면 바르셀로나올림픽이 「당신네들의 무대」였다고 치부할 수 있는지 말이다.
이 전장관의 특별기고는 서울올림픽의 개회식은 「우주론적인 시야에서 인류의 냉전시대에 종말을 고하고 공생의 시대를 지향하는 거시적인 퍼포먼스」였으며 바르셀로나올림픽은 「탈이념시대의 상황에서 새롭게 대두된 신민족주의, 지역화, 개별화의 새과제를 섬세하게 부각시킨 드라마」였다고 견강부회, 폄하시키는 것은 어쩐지 서울올림픽개막식 연출에 깊이 참여한 이전장관답지 않은 단순논리의 비교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다.
누가 서울 올림픽개막식이 졸렬하다고 했는가. 또 누가 서울올림픽이 어떠했다느니 입방아를 찧은것도 아닌마당에 느닷없는 이전장관의 개막식 해설은 「제발 저린 누구의 격」이 되어버린 셈이다. 지금 우리의 청소년들이 모든것을 바쳐 국위선양을위해 객지에서 고군분투하는 이 마당에 그들을 위해 스페인 정부의 따뜻한 호의를 바라기는커녕, 개막식행사를 이러쿵 저러쿵 매도하는자세가 점찮지 못한 것 같다. 그리고 앞서 말했다시피 이전장관이 서울올림픽 개막식 행사에 관여하지 않았으면 몰라도 자신의 손으로 만들었던 서울과 바르셀로나를 그의 문화적 잣대로 해석한다는 것은 여러가지로 개운치 못하고 시의 적절치 못한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전장관의 글은 이린 의미에서 우리들을 실망시키고도 남음이 있다.
노동섭<서울중구장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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