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 인기작가] 15. 안노 미쓰마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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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화가 에셔(1898~1972)를 좋아한다는 일본의 그림책 작가 안노 미쓰마사(77.사진). 수학.논리학.곤충학에 관심 있다는 이 작가는 에셔의 그림처럼 작품 속에서 시각적 속임수, 착각 등을 자주 이용한다.

이번에 나온 'ABC 그림책'(한림출판사)은 1984년 그에게 안데르센 화가상을 수상하게 했던 작품이다. 여기에는 목재로 만든 알파벳이 차례로 등장한다. 그런데 그 활자가 매우 입체적이다. 'D'자의 경우 뫼비우스 띠처럼 뒤틀려 있어 어느 쪽이 튀어나오고 들어간 부분인지 알 수가 없다. 그런데 이런 해답 없는 그림이 지적 상상력을 자극한다.

안노는 작가로 데뷔하기 전 경력이 이채롭다. 도쿄의 한 초등학교에서 10년간 교사 생활을 했는데, 학부모로 그의 수학 수업을 참관한 한 출판업자가 수업 방식에 감명 받아 책을 내자고 제의했다고 한다. 안노는 교사 시절에도 그림으로 알기 쉽게 수학을 풀어내는 재능이 있었던 것이다.

'수학 그림동화'(비룡소) 시리즈의 하나인 '즐거운 이사 놀이'는 뾰족 지붕 집 안에 10명의 아이가 있는데 옆집의 네모 지붕 집으로 몇명씩 이사를 간다고 설정해 놓고 뺄셈의 원리를 설명한 책이다. 매 페이지마다 뾰족 지붕의 집 안을 그려놓고 아이들이 한명씩 줄어드는 상황을 보여주고, 네모 지붕의 집은 겉모습만 보여줘 줄어든 아이 숫자를 계산하게 하는 것이다. '개념수학' '놀이수학' '논리수학'(한림출판사)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자동차 그림을 잔뜩 그려놓고, 어느 것이 외톨이인지 생각해 보라고 문제를 던지는 식으로 집합의 개념을 알려준다.

또 영국.독일.스칸디나비아 등지를 여행하며 그림으로만 여행 이야기를 전해주는 '여행 그림책'(한림출판사)도 작가의 대표작이다. 작가가 후기에서 "많은 것을 보기 위한 여행이 아니라 헤매기 위한 여행을 떠났다"고 밝혔던 이 책들에서는 새가 내려다 보듯 원거리에서 보이는 유럽의 마을 풍경이 그려져 있다. 책을 보다보면 우리도 어느새 안노의 그림 속에서 헤매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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