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만의 올림픽 출전|북한선수단 "집안단속" 빗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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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80년 모스크바올림픽에 참가한 이후 1년만에 올림픽에 복귀한 북한이 바르셀로나에서 두문불출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는 똑같은 입장이면서도 활발하게 움직이는 쿠바와는 크게 대조를 이루는 것이다.
올림픽 개막 이틀전인 지난달 23일 조선민항 전세기편으로 이곳에 도착한 북한선수단은 1주일이상 체류기간동안 경기참가·훈련등 공식일정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제외하곤 예외없이 선수촌 숙소에 틀어박힌 은둔(?)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선수는 물론 IOC위원인 김유순 조선체육위원회위원장(장관)을 비롯, 이명성단장, 김형진 조선체육위부위원장등 이른바 고위 간부들 역시 각국 대표단이 참석하는 회의 또는 행사, 외국 체육계인사들과의 오찬 회동등 불가피한 경우 말고는 일체의 외출이나 시내 나들이를 삼가고 있다.
특히 북한선수단의 바르셀로나 동정중 가장 특이한 대목은 이번 올림픽에 참가한 1백6명전원이 선수·코치·임원및 본부임원 자격으로 방문, 단 한사람도 선수촌 밖에서 기거하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올림픽에 참가하는 대부분 국가들의 경우 선수촌에서 생활하는 공식선수단외에도 보도진·종목별 해당임원등 이른바 올림픽패밀리들이 규모의 차이는있으나 반드시 참가하는것이 일반적인 관례.
따라서 북한이 이번 올림픽에 단 한명의 올림픽패밀리도 파견하지 않은것은 『대외적으로 밝히기 곤란한 말못할 속사정이있다』는 것이 한국등 각국 선수단의 공통된 지적이다.
선수촌안에서 기거하는 북한의 선수·코치등이 숙소밖으로 거의 나오지 않는다는 것도 그렇지만 식사하러 나올 때처럼 부득이한 경우에도 반드시 5명이 한조를 이뤄 단체행동을 계속하고 있는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선수촌식당에서 우연히 우리 선수들과 마주치는 경우에도 간단한 인사말을 주고받는 이외엔 가급적 대화를 기피하려는 눈치가 역력하다.
다만 북측 대표단은 우리측 임원진과 식사를 같이 할때면 주로 남측의 체육제도·올림픽 메달리스트들에 대한 연금제도등에관해 깊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정도라는 것이 우리측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확인은 되지않고 있지만 바르셀로나에 온 북한선수단에는 정보기관인 국가보위부 소속 요원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선수단이 과거와는달리 이번 올림픽에서 칩거에 가까운 생활을 계속하고 있는 것은 지난해 이곳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유도선수권대회에서 발생한 북한대표선수 이창수씨 귀순사건과 같은 불상사의 재발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예방적 조치로 이곳 관계자들은 관측하고있다.
비록 짧은 기간이기는 하지만 대회개막전 남북선수·임원들간에 오가던 대화·교류가 개막후부터 갑작스레 경색된데는 북한의 성적이 극히 저조한것도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북한은 지금까지 역도에서 김명남이 유일하게 동메달을 따냈을뿐 나머지종목에서는 예상외로 부진한 성적을 보여 그렇지않아도 위축된 분위기를 더욱 경색시킨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선수단과는 달리 공식석상에 가끔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북한선수단 고위간부들의 움직임도 예전같지 않다고 이들을 접한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따라서 동구권등 모든사회주의국가들이 개방을 서두르는 것과는 달리 북한의 개방엔 시간이 더 걸릴 것같다는 전망이 내려지고 있다.
【바르셀로나=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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