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70대 퇴직교원 토요서당서 다시 "열강"|서울 화동 정독독서실 「대한삼락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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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천하의 영재를 얻어 가르치는 즐거움을 무엇에 비기랴.』
후진들에게 윤리·도덕을 가르치는 퇴직교사 모임이 결성돼 맹자의 군자삼락가운데 하나의 즐거움을 맛보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서울 화동 정독독서실내에 사무실을 두고있는 서울 삼락회(회장 이지호·78)는 항상 후진들에게 뭔가 봉사할 일이 없을까를 찾는 노인들로 붐빈다.
퇴직교원들이 모여 만든 삼락회는 진정한 인생의 의미를 사회 여러 계층에 가르쳐 갈수록 황폐해가는 도덕을 바로세우기 위해 조용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회원들은 60대후반에서 70대가 대부분이지만 결코 늙어보이지 않는다. 삼락회는 69년 당시 서울교대학장을 지낸 고 조재호박사등 10여명의 원로교수와 초중고 교사들이 모여 퇴직교원들의 친목단체로 출발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회원수가 늘면서 전국적인 조직으로 확대됐고 80년대들어서는 평생 몸담은 교직을 사회교육으로 전환하자는 내부 공감대가 확대되면서 각종 사회봉사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대한삼락회 산하서울지부는 회원만 3백60여명.
회원들은 각 분야별로 시간이 허락하는 범위내에서 교육과 선도·상담활동을 편다.
서울시내 22개구청에서 3년째 매주 토요일 오후2시간씩 한문을 가르치는일도 이러한 활동의 하나다. 60∼80명단위로 편성되는 토요서당의 학생들은 60대 할머니와 주부에서부터 국민학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교재는 대부분 기초한문인 사자소학.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열성적으로 학업에 임해 맹자의 가르치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특히 주부들은 결석하거나 조는경우가 없어 봉사의 보람을 느낍니다.』
성동구 도선동에서 1년째 토요서당을 맡아온 송경섭씨(62)는 학생들이 비록 한문 초보자들이 대부분이지만 천하의 영재를 가르치는 즐거움 못지 않다고 흐뭇해했다.
지난달 20일부터 30일까지는 서울시내 현직교사들에 대한 「교원한문교실」을 무료로 열고 사서삼경의 핵심만을 강의, 교사 스스로도 우리의 전통적인 도덕가치를 깨우치도록 했다.
청소년 상담에 관심이있는 회원 30여명은 19개시립도서관을 매월 5회씩방문, 독서와 학업상담을하며 불량청소년들을 발견할 경우 따끔한 현장지도는 물론 즉석상담으로 어루만져주기도 한다.
매주 수요일은 60세이상노인 60명을 상대로 노인대학도 자체 운영, 음악·무용·서예등 학습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한 대부분의 회원들이 서울근교 야산과 공원등을 찾아 도덕성회복 캠페인과 쓰레기줍기운동을 벌이는등 시민정신 고취에도 한몫을 담당한다.<최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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