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파격 인하 외로운 싸움 할 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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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호 23면

김봉수(사진) 키움증권 사장은 요즘 은행과 증권업계 관계자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는다. 최근 내놓은 인터넷 펀드몰 ‘행가래(幸家來)’(www.kiwoom.com) 때문이다. 이 펀드몰은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내놓은 상품 중 성과가 좋으면서도 수수료가 저렴한 온라인 펀드 92개를 모아놓은 곳이다. 고객이 펀드에 가입하기 위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지 않고도 인터넷에서 좋은 펀드를 골라 곧바로 가입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로 만들었다.

키움증권 김봉수 사장의 실험 

이것 뿐이라면 은행ㆍ증권업계가 딱히 싫어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이 펀드몰엔 예전에 없던 새로운 상품들이 섞여 있다. 기존 펀드보다 수수료를 파격적으로 낮춘 전용펀드들이다. KTB자산운용과 함께 손잡고 개발한 ‘글로벌스타성장형’의 경우 총수수료율이 0.92%로 비슷한 펀드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일반 펀드와 달리 판매 수수료가 운용수수료보다 훨씬 낮다. 투자자에게 많은 비용을 물려 은행이나 증권사가 수익을 챙기던 그동안의 국내 펀드와는 정반대다. 함께 내놓은 인덱스펀드와 적립식ㆍ배당형 펀드도 구조가 같다. ‘공급 독점’ 상태에서 막대한 펀드 판매 수수료를 챙겨온 은행과 증권사들이 키움증권을 미워하는 동시에 두려워하는 이유다.

서울 여의도 키움증권 집무실에서 만난 김 사장은 “싫은 소리를 많이 들었다. 하지만 어차피 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과다한 펀드 판매 수수료는 국내 자산운용산업과 펀드 시장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며 “펀드 수수료를 낮추기 위한 외로운 싸움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사실 그는 이전에도 ‘싫은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2000년 5월 키움증권이 출범할 때 전무였던 그는 0.025%라는 파격적인 주식 매매 수수료를 고객들에게 제시하며 시장을 뒤흔들었다. “시장 질서를 흐린다”“증권업계 공멸을 초래한다”는 비난이 잇따랐지만 결과는 달랐다. 투자자들은 거래 비용을 아낄 수 있었고, 키움증권의 1인당 수익성은 업계 1위가 됐다. “시장의 효율성을 높여 소비자들이 유리해져야 파이가 커진다”는 게 김 사장의 지론이다.

그의 두 번째 도전인 인터넷 펀드몰은 이제 걸음마 단계다. 전용상품 숫자가 부족하고 가입에 필요한 계좌를 개설해 주는 은행도 국민ㆍ하나은행 등 네 곳에 불과하다. 하지만 김 사장은 물이 절반 담긴 컵을 보고 ‘절반이나 남았네’라고 하는 낙관론자다. 그는 “2년 전 은행 중 단 한 곳도 계좌를 터주지 않아 펀드몰을 만들지 못했던 때에 비하면 여건이 많이 좋아졌다”며 “채권형과 해외 펀드 등으로 상품을 보완해 온라인 펀드 시대를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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