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주의 힘 그대로 ‘의전장관’ 가능성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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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호 06면

 북한의 백남순 외무상이 지난 1월 폐암으로 사망한 뒤 “이제는 강석주(68) 외무성 제1부상이 나서겠구나” 하는 관측이 많았다. 강석주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외교 브레인이다. 김 위원장이 “나의 정예팀” “외교부의 두뇌진”으로 부른 핵 상무조(태스크포스)의 수장이다(다큐멘터리 소설 ‘역사의 대하’). 김 위원장 옆에서 그처럼 여유만만한 모습을 보이는 북측 인사는 많지 않다.

北 박의춘 외무상 임명 의미

 그러나 그의 외무상 기용 예상은 빗나갔다. 북한은 18일 신임 외무상에 박의춘(74·사진) 전 주러시아 대사를 임명했다. 김 위원장이 강 부상을 곁에 두고 직할통치 체제를 고수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실권 없는 ‘얼굴마담’에 그친 백 전 외무상과 마찬가지로 박의춘 역시 대외 행사용 의전장관에 그칠 가능성이 큰 이유다.

 전문가들은 박 외무상이 김 위원장의 측근은 아니지만 경력이 지닌 상징성 때문에 발탁됐다고 본다. 대러 관계 강화와 경제 재건의 비전과 맞물린 인사라는 것이다. 그는 1998년 4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8년간이나 러시아 주재 대사를 지냈다. 한ㆍ소 수교 이후 삐걱거린 북ㆍ러 관계 복원의 현장에 있었던 셈. 그새 김정일은 두 차례나 러시아를 공식 방문했다. 2001년에는 20일 동안 들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2000년 방북에 대한 답방이었다. 고유환(북한학과) 동국대 교수는 “북한이 박의춘을 선택한 것은 러시아를 에너지 개발과 철도 연결사업 등 미래 북한 경제 재건 협력자로 삼겠다는 뜻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민간연구소 CNA의 켄 고스 국장은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박의춘이 러시아 내부 고위 인맥을 많이 알고 있어 푸틴 정권 이후에도 북ㆍ러 협력관계가 더욱 긴밀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단 정부 당국자들은 지난 1월 백남순 사망 이후 4개월간 공석이었던 북한 외교 진용이 갖춰진 데 대해 반기는 분위기다. 실질적인 권력 중심의 이동은 없기 때문에 6자회담에 미칠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빈 자리가 메워짐으로써 6자회담 ‘2ㆍ13 합의’ 초기조치 이행 이후로 예정된 6자 외교장관 회담의 의전적 장애 요인도 없어졌다. 오는 7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무대에서 펼쳐질 북ㆍ미, 남북 외교장관 회담 등 이벤트를 통해 박의춘 외무상 임명이 갖는 의미는 보다 분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박의춘 약력 ● 카메룬 주재 대리대사 ● 알제리ㆍ시리아ㆍ레바논ㆍ러시아 대사 ● 최고인민회의 제10기 대의원 ● 최고인민회의 제11기 대의원(2003~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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