맡기는 것도 투자실력, 이런 '전문가' 조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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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금융상품의 홍수속에 본인의 투자 성향과 목적에 꼭 맞는 상품을 찾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그래서 투자는 전문가에게 맡기고 본업에 충실해야 한다고 하지만 믿을만한 전문가를 찾는 일도 만만치 않다.

잘 맡기는 것도 실력이다. 상품 내용도 제대로 모른 채 가입을 권하는 FC(재정 컨설턴트) 또는 투자 목적이나 기간을 물어보지도 않고 펀드 환매를 강요하는 증권사 영업직원을 만나본 일이 있다면 맡기는 것도 상품 선택 만큼이나 신중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상품 모르고 파는 '초짜'= 죽전에 사는 주부 A 씨(34세)는 상품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한 보험사 FC의 권유로 종신보험에 가입했다가 피해를 봤다. 이미 가입한 상품이 있었지만 보험 설계사 일을 갓 시작한 지인이 상품을 갈아타라고 강하게 권유하는데 뿌리치기가 어려웠던 것.

문제는 종신보험의 주계약과 특약을 설계하는 데서 발생했다. 주계약은 만기에 환급을 받을 수 있는 대신 보험료가 비싸고, 특약은 보험료 부담이 낮은 대신 소멸되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A 씨는 먼저 가입했던 종신보험과 같이 주계약의 비중을 크게 하고, 부족한 부분을 특약으로 채우는 방향으로 설계를 요구했다. 하지만 문제의 FC는 주계약을 최소화하고 특약을 확대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주계약 비중을 줄이고 특약을 늘리는 것이 불의의 사고나 고액암에 걸렸을 때 똑같은 보험금을 받으면서 보험료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 또 자녀를 위한 사망 보험금을 받고 싶으면 50세 쯤 됐을 때 주계약 비중을 늘릴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50세가 되었을 때 주계약 비중을 늘리더라도 보험료가 더 높아지지 않는다고 했어요. 그래서 고민하지 않고 계약을 했는데 알고 보니 사실과 다르지 뭐겠어요."

FC가 설명한 것과 달리 A 씨가 50세에 주계약을 늘리려고 하면 보험료가 처음 가입할 당시에 책정되는 것보다 큰 폭으로 상승한다.

"보험을 20년 이상 유지한다고 해도 FC가 권유한 것처럼 50세가 되었을 때 주계약을 늘리려면 처음 가입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거액의 보험료를 내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어요."

잘못된 정보를 준 데 대해 항의하는 A 씨에게 FC는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내용을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1차적으로 FC가 정확한 상품 정보를 줘야 하지만 가입자도 계약 내용을 꼼꼼하게 읽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익률 눈속임으로 고객몰이= 여의도의 한 투자자문사에서 일하는 B씨는 한 은행의 PB로부터 상당히 매력적인 수익률의 변액연금보험 가입을 제안 받았다.

5년 동안 연금에 가입하면 130%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였다. B씨에게 접근한 PB는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내용을 담은 상품 설명서를 보이며 침이 마르게 상품의 장점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직업상 투자 상품에 대한 식견이 높은 B씨는 PB의 상품 설명이 석연치 않아 가입을 일단 보류하고 설명서를 자세히 보기로 했다.

"변액 상품은 기본적으로 투자 실적에 따라 연금이나 보험료가 결정되며, 미래의 수익률을 단정적으로 예측할 수가 없죠. PB가 제시하는 수익률이 꽤나 높았을 뿐 아니라 이 수익률을 보장할 것처럼 말하는 부분이 미덥지가 않았어요."

상품의 내용을 알아본 결과 130%는 순수한 운용 수익률이 아니라 원금을 포함해 만기에 돌려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금액이었다. 따라서 기대 수익률은 130%가 아니라 30%였던 것이다.

"더 당황스러웠던 것은 이 변액보험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가 어디인지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펀드를 운용하는 것은 이를 판매하는 PB가 아니라 운용사다. 투자 상품에 가입할 때는 판매사보다 운용사가 어디인지 확인해야 하며, 과거의 수익률이나 미래의 기대 수익률을 내밀며 가입을 유도하는 판매자의 말에 현혹돼서는 안 된다.

◇잦은 매매, 펀드환매 강요=코스피지수가 1600까지 오르는 강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회사원 C 씨는 하루에도 몇 차례씩 걸려오는 증권사 직원의 전화 때문에 업무에 차질이 발생할 지경이다.

지난해 상반기 가입한 주식형 펀드가 상당히 높은 수익률을 올렸으니 수익을 확정하고 다른 펀드로 가입해야 한다는 것이 증권사 직원의 얘기다. 주가가 강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과열 부담이 있기 때문에 조정이 나올 수도 있으니 지금쯤 리스크를 회피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

주식시장이 조정권에 접어들면 다른 펀드에 가입해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가 아니냐는 질문에 해외펀드나 물펀드, 럭셔리펀드 등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이 매우 광범위하다고 증권사 직원은 설명했다.

"환매를 권유하면서 목표 수익률이나 투자기간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더군요. 펀드에 가입한 지 이제 1년 밖에 지나지 않았고, 장기 투자할 생각이라고 알아들을 수 있게 이야기를 해도 소용이 없어요."

한국증권의 한 관계자는 "과거 증권사 영업 직원이 수수료 수입을 올리기 위해 고객에게 잦은 매매를 권유했고, 이는 장기 투자문화의 정착을 저해하는 요인이었다"며 "간접 투자 문화가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면서 이같은 관행이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수수료 수입을 올리는데 급급한 영업 직원이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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