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유류세 안 내리는 3가지 이유

중앙일보

입력

유류세를 둘러싼 국민과 정부의 시각이 천양지차(天壤之差)다.

자가용 운전자 등은 "기름값이 천장부지로 치솟는데, 유류세라도 내려줬으면" 하지만 정부는 "유류세 인하 불가"만 되뇌인다.

특히 재정경제부의 입장은 확고하다. 국민여론과 국회, 언론의 갖은 압박에도 재경부가 꿈쩍도 않는 이유는 뭘까?

재경부가 유류세를 내리지 않는 이유를 3가지로 요약해본다.

첫번째 환율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원화가 강세를 보인 덕분에 국내 기름값이 덜 오른 편이다.

우리나라의 주수입 유종인 두바이유 가격은 2004년말부터 지난 4월까지 87% 올랐다. 반면 국내 휘발유 가격은 같은 기간 12% 오르는데 그쳤다. 원/달러 환율이 11% 떨어진 영향이 컸다.

문제는 앞으로다. 만약 원/달러 환율이 오름세로 돌아선다면 국제유가가 오르지 않아도 국내 기름값은 뛸 수 있다. 국제유가가 오른다면 그 충격은 더하다.

재경부 내부적으로는 올해 중 원/달러 환율이 반등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재경부가 기름값이 더 오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이유다.

재경부 관계자는 "만약 지금 유류세를 내렸는데, 나중에 기름값이 더 오른다면 유류세를 또 내려야 하느냐"고 했다.

만약 유류세를 인하하더라도 당장은 아니라는게 재경부의 판단이다. 다만 유류세 인하 시점에 대해 정치적 판단이 개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두번째 이유는 정유사와 주유소다.

"유류세를 내리면 정유사와 주유소가 판매가격을 낮출까?" 이 질문에 재경부의 답은 회의적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유류세 인하분이 소비자 가격에 반영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휘발유값은 주유소별로 제각각이다. 가격이 자율화된 때문이다. 유류세를 낮추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주유소의 유통마진 등에 흡수될 것이라는게 재경부의 판단이다.

또 유류세가 가격인 아닌 양에 따라 매겨지는 '종량세'라는 점도 유류세 인하의 효과를 반감시킨다. 현행 교통세, 교육세, 주행세 등 유류세는 휘발유 1리터당 총 744원. 기름값이 오를수록 기름값 대비 유류세 인하 효과는 줄어드는 셈이다.

세번째 우리나라의 유류세 인하가 가져올 국제적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 중국 독일에 이어 세계 5위(2005년 기준)의 원유 수입국이다. 특히 두바이유에 대해서는 일본 중국과 함께 최대 고객 가운데 하나다.

이런 마당에 한국 정부가 유류세를 낮춰 석유 소비를 부추긴다면 중동 산유국들에게는 "유가를 더 올려도 좋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 또 이 경우 주변국으로의 '유류세 인하' 도미노가 촉발돼 국제유가를 자극할 우려도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국제사회에서는 유류세 인하가 산유국들에게 '유가 상승을 용인한다'는 시그널을 줄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선진국 중 어느 나라도 고유가 추세를 유류세 인하로 대응하지 않는다"고 했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지금의 고유가 기조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시각"이라며 "에너지 절약을 통해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고유가 시대에 대응하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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