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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개성관광 천태종 시범 순례만 인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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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현대 아산과 롯데 관광과의 개성 관광 협상을 더 이상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대신 천태종의 개성 영통사에 대한 시범 순례(巡禮)만 인정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천태종은 6월 8일,18일,23일 세차례에 걸쳐 시범 순례 방문을 추진한다. 이 같은 사실은 시범 순례를 위해 16일 개성 실무 협의에 참석한 천태종 관계자를 통해 밝혀졌다.

당시 협의에 참석했던 천태종의 김무원 스님(영통 포럼 회장)과 이 포럼의 노정호 사무 총장에 따르면 북측 참석자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소속 관계자 두명은 “지난주 (북한) 당국이 이런 결정을 했으며 이 사실을 명승지 종합개발 지도국의 부국장이 15일 평양을 방문한 남측의 언론에 전했다”고 말했다. 회의에 참석했던 우리민족돕기 이용선 사무총장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아태 관계자는 “(북한내) 7개 부서가 개성 관광 협상 중단을 결정했으며 다시 뒤집지 못할 것”이라며 “특히 인민무력부의 (협상) 반대가 심했다”고 말했다.

아태 관계자는 “현대 아산에게 개성 관광 독점권을 준적이 없다. 현대아산은 개성 공단 사업권만 갖고 있다“며 “현대가 독점권을 주장하며 1인당 입장료 50달러를 고집하고 있지만 (북측은) 150달러 정도는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사업파트너로 롯데관광을 선호하고 있으나 통일부가 현대아산과 유착해 더 이상 진행하기 어렵다”며 “이런 입장을 2월 평양서 열린 상급(장관급) 회담에서 집중 거론했음에도 상황 진전이 없어 협상을 포기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현대 아산의 노지환 대리는 “올해 개성 관광 건과 관련해 어떤 제의도 받은 적이 없다. 협상이 중단된 상태이며 우리도 개성 관광쪽은 신경쓰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관광 관계자는 “3월 개성 관광 협의를 위한 방북 신청을 자진 철회한 후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며 “북쪽에서도 제안이 오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천태종측은 16일 아태와 영통사 순례에 관해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그러나 북측은 1인당 입장료 100달러를 요구하고 있다. 북측 아태 관계자는 “21차 장관급 회담에서 입장료 100달러 문제를 제기한뒤 수용되지 않으면 영통사 순례도 백지화할 것”이라고 천태종 관계자들은 전했다.

안성규ㆍ최익재 기자

☞영통사=고려 왕실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 사찰이다. 1027년(고려 현종 18년)에 창건됐으며 개성시 용흥동에 있다. 입적한 후에는 비(碑)가 건립됐다. 2002년 11월 북한의 조선 경제협력위원회와 대한불교 천태종이 함께 복원 사업을 시작해 2005년 10월 31일 낙성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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