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서 레나테 홍 만난 DJ "북한 남편 상봉 돕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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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이 16일 베를린 자유대학 내 접견실에서 레나테 홍 할머니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베를린=유권하 기자

김대중 전 대통령이 독일 레나테 홍 할머니의 북한인 남편 상봉을 돕겠다고 말했다. 그는 16일 베를린자유대(FU)가 주는 제1회 자유상을 받은 뒤 홍 할머니를 만나 이렇게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부부의 상봉이 이뤄질 수 있도록 북한에 편지를 보낼 생각이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레나테 홍=우선 오늘 자유상 수상을 축하한다. 한국의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많은 일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존경한다.

▶김대중=50년 넘게 남편을 기다리는 그 사랑을 높이 평가한다. 당신은 아내로서, 또 어머니로서 훌륭한 사람이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1만4000여 명이 북한에 있는 가족들과 만났다. 이산가족 상봉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부인의 남편 상봉도 도와주고 싶다. 한국에 돌아가면 부인의 간절한 소망이 북한에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홍=정말 감사하다. 아들 둘도 북한에 있는 아버지를 정말 만나고 싶어 한다. 남편도 아들들을 보고 싶어 할 것이다. 남편을 만나기 위해 내가 무얼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조언을 부탁한다.

▶김=이 문제는 북한 당국이 결정을 내려야 한다. 사실 나는 아무 권한이 없다. 그러나 부인의 간절한 사정과 상봉을 바라는 내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루트를 찾아 북측에 전달하겠다. 그러면 북한에서도 좋은 결정을 내리지 않겠는가. 요즘은 남북의 이산가족이 빈번하게 상봉하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도 해결되지 않겠는가. 북쪽에 서신을 전한 뒤 반응이 있으면 바로 알려 드리겠다. 두 아들이 아버지를 만나 혈육의 정을 나누는 것은 인도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홍=독일 외무부와 적십자사를 비롯해 한국의 많은 분이 제 얘기를 듣고 성원해 준 것에 다시 한번 감사한다. 그런 격려에서 큰 용기를 얻는다.

이날 회동을 지켜본 독일 적십자사 관계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예우하는 김 전 대통령이 상봉을 위해 나설 경우 북한이 마냥 외면만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독 의원 친선협회 회장인 하르트무트 코쉭 의원도 이날 "29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방북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을 만날 계획이다. 그때 홍 할머니 문제의 진행 상황을 파악해 보겠다"고 했다. 그는 지난 10년간 매년 평양을 방문해 북한 수뇌부와 접촉해 온 북한 전문가다.

베를린=유권하 기자

◆ 레나테 홍=1950년대 중반 동독 예나에 유학 중이던 북한 유학생 홍옥근(72)씨와 결혼했다. 그러나 61년 북한의 유학생 소환 조치로 남편과 생이별했다. 지난해 11월 14일 본지의 첫 보도로 기막힌 사연이 널리 알려지게 됐다. 이후 독일 적십자사 등이 나서 남편이 북한에 생존해 있다는 사실은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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