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공포의 「갈색나무뱀」에 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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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미군기 타고 잠입한듯… 6마리 출현/희귀조류 씨말릴 우려… “뱀과의 전쟁”
괌의 야생조류를 거의 멸종시키다시피 했던 「갈색나무뱀」이 뱀없는 섬 하와이에 출현,주민을 초긴장시키고 있다.
괌을 이륙,호놀룰루 히컴공군기지로 비행하는 미군기의 화물칸이나 바퀴부분의 틈서리에 우연히 기어들었다가 하와이에 상륙한 것으로 알려진 이 갈색나무뱀은 하와이에서 이미 6마리나 발견됐다. 이들중 몇마리는 비행기 착륙당시 땅에 떨어져 죽은채로 발견되기도 했으나 일부는 살아서 활주로를 기다가 산채로 잡히기도 했다. 모두가 비행장에서 발견돼 관리들은 아직은 이 뱀이 하와이에 터를 잡지 못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그렇게 안심할 수만도 없는 입장이다. 혹시라도 이 뱀 몇마리가 비행장 구내를 벗어나 오아후나 다른 하와이주 섬으로 흘러들었다면 하와이도 괌과 같은 운명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원산지가 솔로몬군도와 뉴기니·호주 북부해안인 갈색나무뱀이 괌에서 처음 발견된 것은 30년전이다. 그후 이 뱀은 괌 일부지역에서 평방마일당 3만마리를 헤아릴 정도로 급속도로 퍼졌으며 이에 따라 이들의 먹이가 되는 산새들이 멸종위기에 놓이게 됐다. 괌주둔 미군들은 최근 뱀피해가 극심해지자 「뱀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길이가 1m50㎝ 정도인 갈색나무뱀은 그간 공포영화의 주요 소재가 될 정도로 그 포악성이 대단했다. 평화롭게 잠든 아기를 둘둘 감은채 아기의 손가락을 물어 뜯거나,몸집이 큰 강아지나 고양이 등을 한입에 삼키는 장면,온마을 가정의 욕조배수관으로 뱀이 대가리를 불쑥 내미는 장면도 바로 갈색나무 뱀의 행태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다.
화산으로 조성된 하와이섬은 본래 자생뱀이 없어 뱀이 유입될 경우 생태계의 대변화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와이주 정부는 뱀류의 반입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생태계 학자들은 괌의 갈색나무뱀이 하와이에 상륙할 경우 괌 이상의 심각한 재난을 부를 것으로 보고있다. 이들의 주장은 뱀의 먹이가 되는 하와이 새들이 특별히 뱀을 경계하지 않을뿐 아니라 뚜렷한 경쟁자도 없기 때문에 하와이는 갈색나무 뱀의 「낙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하와이에서만 서식하는 조류중 상당수가 외지에서 흘러들어온 야생고양이 등의 먹이가 돼 멸종됐거나 멸종위기에 놓여있다. 이런 상태에서 번식력이 강한 갈색나무뱀이 번식할 경우 그나마 남아있던 하와이의 희귀조류들도 자취를 감출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하와이대학의 조류학자 레너드 프리드교수는 아주 특이한 하와이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갈색나무뱀 문제를 국가적 차원에서 다루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받아들여 조지 부시대통령도 최근 이 뱀에 대한 연구와 박멸을 정한 갈색나무뱀 통제법에 서명했다. 갈색나무뱀의 이동에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은 군관계자들. 괌에서도 그랬듯이 뱀이 군용기에 묻어 하와이로 넘어올 가능성이 가장 큰만큼 만약의 경우 비난을 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군당국은 별도로 뱀색출견을 두고 괌에서 출발한 비행기에 대한 수색을 철저히 함과 아울러 군인과 주민들에 대한 홍보활동도 강화하고 있다.<정명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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