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교민 150여명"모국손님 손꼽아 기다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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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배달민족의 끈끈한 동포애가 이국만리 서역에서 가슴 뭉클한 감동으로 피어나고 있다.
올림픽개막을 12일 앞둔7월13일 오후 바르셀로나 주재 한국총영사관내 한쪽모퉁이에는 점희를 바라보는 허연 머리의 할아버지에서부터 우리말이 서투른 아홉 살 고사리 손에 이르기 까지 태극기와 플래카드를 만드느라 시간가는 줄 모른다.
「필승 한국선수단」「왔노라 싸웠노라 이겼노라」
매끄럽지 못한 필체지만 낯설고 물 설은 외국에서 대하는 우리글이 우선은 반갑고 자랑스럽게 까기 느껴지는 순간이다.
『우리 선수단은 물론 올림픽기간 중 바르셀로나를 찾는 동포들은 이 땅에 발을딛는 순간부터 우리 교민들이 정성껏 모실 겁니다.』
바르셀로나 교민회장을 맡고있는 이영우씨(48·사업)는 1백50여명의 교민들이 이번 올림픽에 참가하는 고국선수단과 경기단체임원, 각계 인사들을 맞이하기 위해 올림픽후원회를 지난 4월 발족, 3개월 동안 틈틈이 준비를 해왔다고 설명한다.
『서울올림픽이 성공리에 치러지고 이제 우리가 사는 바르셀로나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만큼 적은 숫자에 형편도 넉넉하지 않지만 고국에 대해 뭔가 보답을 해야한다는 교민들의 뜻이 모여 후원회를 발족케 됐습니다.』
올림픽후원회는 우선 우리선수단의 사기를 북돋워주기 위한 응원단을 조직하고 선수단을 비롯한 각계인사들을 맞이할 영접 반, 선수단에 긴급상황 발생 시 신속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상황실과 긴급지원 반, 묵을 곳이 마땅치 않은 방문객들에게 잠자리를 제공하는 숙박 알선 반과 한국보도진들의 편의를 위한 취재지원반등 12개 분과위를 운영할 계획으로 있다.
선수단응원을 위해 한국선수단 경기일정을 대한체육회에 문의, 우리 선수단주요경기 입장권 5백여 장을 구입했고 경기장에 걸 대형플래카드 2O개는 서울에 제작을 의뢰했다. 그렇지만 동시다발로 벌어지는 경기의 응원을 감당하기에는 수적으로 도저치 불가능해 독일교민회 40명과 할렐루야체육선교회 1백50명의 지원을 받는 한편태권도도장을 운영하는 사범들은 현지 인을 동원하는 등 우리나라 선수들이 벌이는 전 경기에 응원 전을 펴기로 했다.
후원회는 특히 12년 만에 올림픽에 참가하는 북한선수단의 주요 경기도 사정이 허락하는 한 가급적 응원을 나가 배달민족의 동포애를 보여주겠다는 계획이다.
한국원양어업의 전진기지인 라스팔마스 교민들은『우리가 직접 잡은 고기를 우리 선수단이 먹을수 있도록 하겠다』며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도미·새우·참치 등 3t을 바르셀로나로 직접 보내오는 등 눈물겨운 정성들이 답지하고있다는 설명이다.
이들 생선은 한국선수단이 전용으로 사용할 시내음식점에14일 도착하면 바르셀로나 교민들이 냉동실에 분산·보관했다가 필요할 때마다 식당에 공급한다는 것이다.
또 올림픽 관람을 위해 기차여행을 하는 유학생이나 유럽거주 교포들을 위해 산스 역과 프란시아 역에 한복차림의 교민을 하루8시간 배치, 묵을 곳이 마땅치 않는 사람에게는 민박을 알선해주고 바르셀로나에 머물면서 꼭 알아두어야 할 사항이 담긴 안내책자를 무료로 배부키로 했다.
올림픽후원회는 당초 한국선수단용으로 바르셀로나시 역사·한국교민 사·경기장위치도 , 대회기간 중 열리는 각종 문화행사 및 전화·버스·지하철이용방법 등의 내용을 담은 안내책자를 소량 제작키로 했으나 기왕이면 모든 한국인에게 무료배부하자는 의견이 제기돼 현지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교민들의 자발적인 협조를 얻어 1전5백부 제작을 완료한 상태.
『그다지 넉넉한 형편이 못되는 1백50여명의 우리교민들이 올림픽후원을 위해 적게는 5천 페세타(약4만원)에서 많게는 10만 페세타(80만원)까지 기꺼이 올림픽성금을 내는 것이나, 생업을 뒤로 미루고 고사리 손을 불잡고 태극기를 만들러 오는 교민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한 핏줄이라는 사실을 피부로 느낍니다.』
바르셀로나 교민들의 요청으로 올림픽후원회 사업을 돕고있는 두정수(두정수)영사(34)는 『길지 않은 외교관생활이지만 이번처럼 감동적인 일은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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