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고 유적지『원정발굴』한다|고고·민속·인류학 등 전문가 망라|다리강가 일대 적 석총 집중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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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국내 몽고학자 16명으로 구성된 대규모 조사단이 몽고의 유적지에 대한 직접 발굴에 나선다.
한국몽고 비사 학회와 단국대중앙박물관을 주축으로 한 한몽 학술조사연구협회(회장 손보기 단국대교수)는 14일부터 8월18일까지 몽고를 방문, 국제몽고연구협회·몽고사회과학원 산하 역사연구소와 언어연구소가 참여한 한몽 학술조사연구협회와 공동으로 동 몽고의 고고 유적을 발굴한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7∼8월 몽고 물란바토르에서 열린 제1회 한몽 학술회의에서 두 나라 학자들이 올해부터 10년간몽고지역 공동 발굴조사를 벌이기로 합의한데 따른 1차 연도 사업이다.
양국 민족의 기원과 문화의 유사점을 밝히는데 초점을 둔 이번 발굴의 대상 지역은 몽고의 수도 울란바토르 동족의 내몽고와 소련 사이에 있는 헨티·도루노트·수흐바타르 등 동 몽고의 3개도 지역이다.
이 지역에서는 비류 백제의 건국지 비류로 추정되는 브리르노르, 부함산(백두산)과 발음이 유사한 몽고시조 알랑고아의 건국신화 근거지 부루칸 산, 고구려 건국신화에 나오는 지명 흘승골로 추정되는 할힝골, 제주도 돌하루방과 닮은 훈촐로(돌 사람이라는 뜻)가 집중 분포된 다리강가 지역이 집중 발굴될 예정이다. 특히 적 석총으로 추정되는 다리강가 지역의 돌무더기는 고구려·백제·신라·부여의 무덤유형과 유사해 이번 발굴이 유물과 내부구조 등을 밝힐 수 있는 주요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계협 회장을 단장으로 하는 이번 조사단은 주채혁 한국몽고 비사 학회 회장(강원대교수·몽고 사)이 학술대표를, 최기호 상명여대 교수(국어사)가 간 사장을 맡았으며 한창균 단국대 교수(고고학), 설성경 연세대 교수(민속학), 조오순 창원대 교수(복식 사), 정명호 동국대 교수(불교미술), 서원석 연세대 교수(체질인류학), 김주룡 한국자원연구소 연구원(지질학)등 16명에 이르는 각 분야 전문학자가 대거 참여했다.
지난해 8월 한몽 학술회의에 참가했던 조사단의 주채혁·최기호 교수 등은『다리강가 지역의 답사 결과 훈촐로와 우리 제주도 돌하루방의 유사성에 놀랐으며, 특히 몽고 측에서도 적 석총으로 추정하는 이 지역의 돌무더기는 우리 삼국시대의 적 석총과 커다란 유사성을 보여 이번 발굴에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조사단은 발굴조사 외에도 문헌자료와 현지 조사자료를 연구해 두 민족의 체질(생김새·몽고반점·유전인자 등),민속(생활풍습·신앙·복식·관혼상제 등), 사회제도, 언어(같은 알타이어인 한국어와 몽고어의 기원 계통, 차용어 관계)와 두 나라의 자연환경(지질·기후·동식물)도 비교 연구한다. 한몽 학술조사연구협회는 17일부터 8월6일까지 동 몽고유적을 발굴한 뒤 8윌11∼15일 울란바토르에서 열리는 제6차 국제몽고학자대회에 참가,18일 귀국할 예정이다.
손협회장은 이번 발굴조사에 대해 『우리나라와 몽고는 인종·언어·풍습 적으로 많은 유사성과 접촉·교류경험을 지니고 있으나 사료의 빈곤으로 국내 몽고연구학자가20명에 불과 하는 등 미개척지로 남아있으며 몽고 측에서도 양국 관계사를 밝힐 발굴과 조사·연구가 극히 미미한 실정』이라고 말하고『올해부터 5년 간의 동 몽고 조사에 이어 그 다음 5년 간 서 몽고지역까지 발굴 조사를 마치면 양국 관계사의 많은 부분이 새로이 확인·정립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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