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s] 세계지도가 이들의 '장기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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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지난해 12월 입사한 삼성물산 상사 부문 신입사원들이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에 있는 삼성물산 본관 내 세계지도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김경빈 기자]

삼성물산 상사 부문은 올해로 창사 69주년을 맞은 삼성그룹의 모태다. 국내 1호 종합상사로 '수출 한국호'의 상징과 같은 회사였고,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이 1960년대 초반까지 20여 년간 회사를 직접 맡을 정도로 애착을 가졌다. 이 회사는 90년대 중반까지 국내 기업 중 대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기업으로 뽑혔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겪으며 상사 부문이 위축됐다. 삼성물산은 96년 삼성건설과 합병해 현재는 상사와 건설 두 개 부문의 사업을 한다. 그러나 상사.건설 부문은 경영 체계와 신입사원 채용 및 방식 등이 부문별로 분리돼 있다. 여기에선 상사 부문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상사 부문은 국내 직원 850여 명 가운데 150여 명이 해외 주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전 세계 42개국에 진출해 있는 해외 본.지사 직원을 합치면 2800여 명이다. 이 가운데 1950명 정도는 외국인이다. 최근엔 에너지 자원 개발 등 투자를 늘리고, 물류 보안사업에도 진출했다. 지성하 사장은 "무역 중심의 사업 체계를 개편해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에 적극 나서 신사업 분야 비중을 현재 38%에서 2012년에는 50%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신상사맨'으로 거듭나는 인재상=상사맨은 70~80년대 맨발로 세계를 누비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던 종합상사 직원을 이르는 애칭이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비즈니스맨'이라는 자부심이 담겨 있는 말이기도 한다. 지성하 사장은 "스님에게도 빗을 팔 줄 알아야 상사맨"이라고 말한다.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업무의 특성상 아프리카 등 오지에서 장기 출장을 해야 하는 등 고생도 만만찮아 해외 근무에 대한 막연한 기대만으로 입사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신입사원 김인수(27.기계플랜트사업부)씨는 "어느 곳에서든 남다른 사명감과 개척정신으로 난관을 극복할 수 있는 자질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최근엔 이 같은 '불굴의 시장 개척 의지'라는 상사맨 고유의 정신에다 봉사정신까지 요구한다. 일명 '신문화인'의 자질이다. 반기에 한 번씩 '신문화인'을 선발하기도 한다. 석유가스팀의 임광염(29)씨는 지난해 말 '신문화인'으로 뽑혔다. 대학 시절부터 60여 차례 헌혈한 게 주효했다. 추교인 인사담당 상무는 "'신문화인'이란 창의력과 도전정신.봉사 등을 실천해 다른 직원들에게 모범이 되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봉사정신과 외국어 능력이 관건=이철웅 인사팀 인재개발파트장은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신뢰감을 주며 남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사람이라야 삼성물산 직원이 될 자격이 있다"며 "다양한 검증을 통해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도 이 점을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입사시험을 보려면 대학 시절에 한 봉사 활동을 잘 프레젠테이션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영어 등 외국어 실력은 기본이다. 논리적인 대화술부터 프레젠테이션 능력까지 본다. 2002년 신입사원 입사 전형 때부터는 영어 프레젠테이션 면접을 도입했다.

◆국내 최고 수준의 교육 시스템=국내외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밟을 수 있는 기회도 있고, 어학.무역실무.국제금융 등과 관련된 다양한 교육도 마련돼 있다. 1년간 특정 지역의 전문가로 육성하는 지역전문가 제도와 6개월간 신규 시장을 조사하고 개발하는 종합상사형 지역전문가 제도도 운영한다. 또 국내 민간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세계은행에 파견돼 업무를 수행하는 세계은행 교환근무 프로그램도 체험할 수 있다. 매년 20여 명을 지역전문가 과정과 세계은행 프로그램 대상자로 선발한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연간 평균 175시간의 교육을 하고 있다.

문병주 기자

■신입사원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기를 즐기는 사람에게 어울리는 회사'. 지난해 12월 입사한 삼성물산 무기화학사업부의 최성현(27.사진)씨는 회사를 이렇게 한마디로 설명했다. 최씨는 해외 주재원이 되고 싶어 이 회사에 지원했다.

2월 부산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최씨는 대학 2학년 때부터 2년여 동안 매일 아침 영어회화 학원에 다니며 실력을 쌓았다. 매주 말 일본어 동아리에서 일본어도 익혔다. 그는 입사시험에 가장 도움이 된 경험으로 1년간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호주 면세점에 근무하면서 영어와 일본어를 활용한 것을 꼽았다. "집에 손 벌리기도 싫었고, 일하면서 외국어 공부를 할 수 있어 편한 어학연수 대신 워킹홀리데이를 이용했다"는 게 그의 설명.

최씨는 면접 당시 이 같은 경험담을 소개한 것이 도전정신과 자립심.추진력 등을 높이 평가받은 계기가 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학점.영어 점수 등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면접에서 당락이 결정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면접은 다른 시험과 달라 인턴, 해외 연수, 봉사 활동, 아르바이트 등 개인의 다양한 경험을 솔직하고 자신있게 얘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특히 대학 4학년 때에는 입사를 위한 동아리를 따로 만들어 영어 프레젠테이션을 집중적으로 연습했다. 먼저 입사한 학교 선배 등을 통해 프레젠테이션 방식과 주제 등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최씨는 "입사 서류 접수 이후에는 삼성직무적성검사(SSAT) 테스트를 대비해 취업 관련 업체 등에서 제공하는 모의 시험을 쳐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입사 후 다섯 달간의 회사 경험에 대해 최씨는 "사람에 대한 투자가 남다른 회사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대표적 사례로 신입사원 입문교육 마지막 과정으로 진행된 해외 연수를 꼽았다.

신입사원 6~7명씩 한 조가 되어 자신들이 벤치마킹하고 싶은 지역과 과제 등을 선정하는 방식이다. 최씨 팀은 4박5일간 일본 도쿄와 요코하마 등을 둘러보고, 회사에 도시경관 개선사업을 신규 사업 아이디어로 냈다. 최씨는 "창의성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선.후배 간 자유롭게 의사교환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특히 좋다"고 말했다.

문병주 기자

■ Q&A

Q:올해 채용 계획과 절차는?

A:9월에 50명 정도 공개 채용할 예정이다. 서류는 인터넷으로 접수한다. 매년 3월과 9월에 신입사원을 뽑으며 연간 약 100명 수준이다. 채용 과정은 서류전형.삼성직무적성검사(SSAT).면접.신체검사 등으로 이뤄진다. 면접은 임원면접, 집단 토론 면접, 외국어 프레젠테이션 면접 등 세 단계로 구성돼 있다. 연간 2회 인턴사원도 선발한다. 5월에는 인문계, 11월에는 이공계 인턴을 약 40명 모집하고 방학 기간 한 달 정도 실무를 체험한다.

Q:외국어 프레젠테이션 면접은.

A:면접 한 시간 전에 실제 비즈니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제시받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 영어 등 외국어로 그 이유와 근거를 설명하는 방식이다. 얼마나 논리적으로 문제에 접근하고 설득력 있는 해결책을 모색하는지, 외국어 구사력은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하는 면접이다.

Q:연봉 수준은.

A:개인 연봉제로 1년 차에는 3400만원 선이다. 이와 별개로 인센티브(성과급)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Q:해외 근무나 출장 기회는.

A:세계 42개국에 75개의 해외 거점을 운영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주재원은 과.차장급을 중심으로 선발하며 5년간 해외에서 근무하게 된다. 현재 부장급 인력의 대부분이 해외 주재 경험자다. 철강.화학 등 산업재 트레이딩 영업과 에너지 자원사업, 플랜트 공급 및 투자 운영 사업 등 주요 사업을 전 세계에서 수행하기 때문에 거래처 방문, 사업 현황 체크 등으로 출장 기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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