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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대학 전과… 상습 사기꾼/드러나는 「핵심」 정건중씨의 실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85년 「한미대」 세워 사기극/최근 출국 5회… 돈 행방 관련 추정
정보사부지 매각 사기사건의 핵심적인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로 8일 검찰에 자수한 정건중씨(47)의 과거 행적이 하나씩 속속 드러남에 따라 수수께끼같은 정씨의 실체를 해석하는데 많은 단서가 되고 있다.
◇상습 학원사업 사기=정씨가 사기행각으로 처음 얼굴을 드러낸 것은 85년 3월. 교육부의 설립인가도 없이 현재 부인 원유순씨(49)가 운영하는 서울 남가좌2동 성모유치원 자리에 「한미대학」이라는 유령대학을 차려 신입생들을 모집,1백20여명의 학생들에게 국내대학 편입학과 미국내 유명대학 유학을 책임지겠다며 1인당 47만원을 받아 챙기다 적발돼 벌금 1백만원을 선고받았다.
정씨는 이번에 「중원공과대학」 설립 추진과정에서도 서류상의 결함,교육부 설립심사위원과의 인터뷰에서 육영의지가 의심스럽다는 이유로 설립인가를 받지 못했다.
정씨는 설립신청서류에 자신이 미국의 대학을 나왔다고 뻔히 탄로날 가짜 학력을 기재해 대학설립이라는 염불에는 정작 관심이 없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남에게 외부전시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한 잿밥만을 노린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낳게하고 있다.
특히 정씨는 지난해 5월 모건설사와 같은해 12월까지 대학설립인가를 따내면 본계약을 한다는 조건으로 충남 예산의 중원대학 신축공사 가계약을 하기도 했으며 설립신청서 사본을 남들에게 내보이며 과시,이같은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회사측은 『계약유효시한까지 정씨측이 별다른 사업추진을 하지않아 계약이 자동적으로 소멸됐다』고 밝혔다.
◇계산된 과시욕=정씨는 몇달동안 각종 재산세와 아파트관리비를 체납하기도 하고 주위의 눈총을 받을 정도로 지나치게 인색했지만 그랜저승용차 2대를 몰고다니며 최근에는 운전사까지 고용할 정도로 남의 눈을 의식한 허세를 부려왔다.
정씨는 호적상의 이름인 「건」자를 명함에는 「건」자로 쓰는 등 마치 카멜레온처럼 만나는 사람에 따라 「고매한 교육자」「유망한 사업가」라는 식으로 10여개가 넘는 직함을 이용,신분을 탈바꿈해 자신이 많은 영향력을 가진 사람인양 행동했다.
이밖에 자신을 「대한프로태권도연맹 사회사업위원장」이라고 소개한 가짜명함을 가지고 다니며 마치 무도인들과 교류가 있었던 것처럼 행세했고 전경환씨와도 잘 아는 사이임을 자처하는 등 사회적으로 폭넓은 활동을 하고 있는 것처럼 꾸미기도 했다.
◇잦은 외유=정씨는 91년 6월이후 다섯차례에 걸쳐 1박2일∼2박3일 일정으로 일본·필리핀 등을 다녀온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시민권을 가지고 있어 자녀가 있는 미국에 가끔씩 나가는 것으로 주변에서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별다른 연고가 없는 외국에 나가 2∼3일씩 체류한 것은 사기행각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수사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특히 제일생명측과 돈거래가 시작된 지난해 12월과 통장 안의 돈을 모두 빼돌린 지난 2월,제일생명측이 예금액 인출을 요구하기 직전인 지난 5월에 출국한 것으로 나타나 이것이 돈의 행방과 관련된 모종의 움직임이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씨는 대학설립을 추진해오다 이 사건에 자청하거나 말려든 배후와의 연결고리인가,아니면 지능적인 수법을 구사했던 부동산사기극의 주범인가.
정씨의 실체가 앞으로 검찰수사에서 명쾌하게 규명되지 않는한 배후시비는 계속 일어날 것이다.<홍병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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