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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 폭행' 그래도 안 풀린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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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잠적해 있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차남 동원씨의 친구 이모씨가 13일 오후 남대문경찰서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받은 뒤 귀가하고 있다.박종근 기자

서울 남대문경찰서 장희곤 서장은 13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구속에 대해 "검찰이 (증거자료를) 더 이상 요구할 게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준비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 회장 측은 혐의 중 일부를 부인하고 있다. 조직폭력배 동원과 흉기 사용 의혹이 대표적이다. "피해자 측이 거액을 합의금 명목으로 요구했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김 회장의 구속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이런 의문들이 남아 있다.

◆ '클럽 종업원 6명 폭행에 조폭 40여 명 동원'=경찰은 사건 당일 폭행 현장에 조폭이 동원됐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구속영장에는 조폭 동원을 포함하지 않았지만 범서방파 부두목 출신인 오모(54)씨 등과 "직.간접적으로 범행 계획과 역할 분담을 모의했다"고 적시했다.

문제는 얼마나 많은 폭력배가 가담했고 어떤 역할을 했는가 하는 것이다. 경찰은 권투선수 출신인 G가라오케 실소유주 장모(47)씨와 협력 업체 사장 김모(49)씨도 김 회장과 범행을 '순차 공모'한 피의자로 지목했다. 오.장.김씨 등 최소 세 사람의 조직이 개입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북창동에는 사건 당일 "30~40명의 경호원과 조폭이 왔었다"는 소문이 퍼져 있다. 하지만 10명도 안 되는 유흥업소 종업원들을 제압하기 위해 30명이 넘는 폭력배가 동원될 필요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 조폭에게 돈 줬나=경찰은 한화 측이 동원된 조폭들에게 '대가'를 지급했는지를 수사 중이다. 조폭 출신 오씨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돈이 되지 않으면 절대 나서지 않을 사람"이라고 말했다.

수사팀 관계자도 "오씨가 '가짜 피해자' 4명을 동원하면서 일인당 100만원씩 줬는데 그 돈이 어디서 나왔겠느냐"고 반문했다. '가짜 피해자'란 김 회장 차남을 폭행했다는 8명 중 S클럽 종업원 4명만 김 회장이 있던 G가라오케에 오자, 오씨가 폭행과 관련없는 4명을 어디선가 불러온 것을 말한다. 경찰에는 "폭력배 40여 명을 불러 북창동 S클럽 정도를 '접수'하고, 보복 폭행에 가담하려면 최소 3억원 이상이 건네졌다"는 첩보도 입수됐다. 경찰은 오씨와 한화 측 관련자들의 금융계좌를 추적하고 있다.

◆ 합의금 80억원 요구설=김 회장 측 변호사들은 11일의 영장실질심사에서 피해자들이 합의금 명목으로 80억원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사건 이후 (한화와) 접촉할 상황이 아니었다"며 합의 시도를 부인했던 S클럽 종업원들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김 회장의 한 변호사는 "그런 요구를 한 건 S클럽 조모 사장이 아니라 그 윗선으로 안다"며 피해자들 뒤에 배후 세력이 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하지만 사건 초기부터 '한화 측에서 피해자 한 사람당 400만~500만원을 주고 입막음했다' '피해자 측이 10억원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고 제기됐다.

◆ '흉기까지 썼는데 피해는 타박상'=경찰은 구속영장에서 김 회장이 전기충격기와 쇠파이프를 사용했다고 적시했다. 중간 수사 발표문에는 "쓰러진 피해자들에게 주먹과 발로 마구 때렸다"는 표현도 나온다. 김 회장이 100여 차례 이상 폭력을 휘둘렀다는 말도 했다.

하지만 차남을 때린 것으로 지목돼 청계산에서 가장 가혹하게 폭행당한 S클럽 종업원 조모(33)씨는 당일 강북의 한 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입원하지는 않았다. 진단서도 없다. 당시 진료기록부에는 '갈비뼈가 부러진 것이 의심된다'고 했지만 그동안 별 문제없이 경찰 조사를 받아왔다. 경찰이 구속영장에 첨부한 의사 소견서에도 전치 3~4주 정도의 피해를 본 것으로 기록됐다.

권호.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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