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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피플] 동티모르 대통령 당선된 하무스 오르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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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노벨 평화상을 받은 동티모르의 독립 영웅인 조제 하무스 오르타(58.사진) 총리가 이 나라의 새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그는 11일(현지시간) 최종 집계 결과 전체 득표 수의 69%를 획득해 31%를 얻은 좌파 프레틸린(동티모르독립혁명전선)의 프란시스쿠 쿠테흐스(51) 후보를 큰 차이로 제쳤다. 그는 "분열의 상처를 치유하고 통합을 이루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고 로이터와 AP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공식 결과는 주말께 발표될 예정이다.

그에겐 할 일이 산적해 있다. 그는 "안보 부문, 특히 군과 경찰 개혁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집권당이던 프레틸린 소속 알카타리 총리가 군.경찰과 소방관 일부를 해고하면서 라이벌 분파끼리 충돌해 37명이 사망하고 15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었다. 현재 동티모르의 치안은 호주 등이 참여하는 1200명 규모의 유엔평화유지군에 의해 간신히 유지되고 있다.

빈곤 퇴치도 큰 숙제다. 동티모르는 풍부한 석유와 해저 천연가스를 갖고 있지만 개발이 안 돼 세계 최빈국 중 하나(1인당 소득 378달러)다. 전 국민의 절반가량이 실업자 상태며 5세 이하 어린이들의 약 60%가 영양 실조에 허덕이고 있다.

그는 자신이 지금까지처럼 상징적 대통령이 아닌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하무스 오르타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던 샤나나 구스망 현 대통령은 다음달 총선에 출마해 총리 자리를 노릴 예정이다. 지금은 구스망과 하무스 오르타가 정치적 동지지만 현 대통령이 총리가 되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란 관측이 있다. 신임 대통령과 총리 간 세력 다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하무스 오르타는 1975년 인도네시아의 동티모르 침공을 사흘 앞두고 국제사회에 동티모르 사태를 호소하기 위해 출국했다 24년 동안 해외를 떠돌며 망명 생활을 했다. 5개 국어에 능통한 외교 전문가로 전 세계에 인도네시아의 탄압을 폭로했다. 이런 공로로 96년 같은 동티모르 출신인 카를루스 벨루 주교와 함께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2002년 동티모르가 독립하면서 망명 생활을 청산하고 귀국, 외무장관이 됐다. 지난해 폭력사태 때 구스망 대통령이 그를 총리에 임명했고, 그는 사태를 안정시키는 데 성공했다. 친서방적이며 시장경제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그의 당선이 확정되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선거가 평화적으로 치러진 것은 민주주의를 이루겠다는 동티모르 국민의 의지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뉴질랜드.포르투갈 등도 일제히 환영 의사를 밝혔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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