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용품(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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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불과 2,3년전만해도 국내음식점에는 대나무 젓가락이 유행했었다. 길이도 길고 두툼한데다 아래쪽은 가늘고 둥글게 다듬어 쓰기에 편리한 젓가락이었다.
그 젓가락을 한번 쓰고 버리기 아까워 한때는 많은 주부들이 그것을 살짝 백속에 감춰와 집에서 쓰곤 했었다. 원가가 5원도 안된다고 하지만 이 1회용 수입대나무젓가락은 국내 소비의 80%를 차지해 무역수지적자와 과소비는 물론 쓰레기공해를 조장하는데 단단히 한몫했다.
80년대 중반부터 사용이 급속히 늘기 시작한 1회용품은 쓰는데 간편할뿐 아니라 위생적이라는 이점때문에 크게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막대한 자원의 낭비인데다 한번 쓰고 나면 곧바로 쓰레기가 된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이처럼 공해를 양산하는 1회용품은 종류도 다양하다. 우선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종이컵·스티로폴그릇은 물론 종이기저귀·팬티·면도기·칫솔·치약·라이터가 있는가 하면,요즘은 1회용 카메라까지 등장했다. 그뿐 아니라 1회용품은 꾸준히 새로운 제품이 개발돼 작년에는 입산취사가 금지되자 일회용 보온도시락이 선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한햇동안 쓰고 버린 1회용품의 물량은 어마어마하다. 나무젓가락은 66억개,종이컵은 28억개,기저귀는 6억개,스티로폴 그릇은 4억2천만개,알루미늄 접시 5억개,면도기 3억개,칫솔 1억5천만개,라이터 5천만개에 1회용 카메라도 1백만개나 되었다. 이것을 양으로 따지면 매일 4t트럭 4천대분이다.
이 때문에 1회용품 쓰레기도 해마다 늘어나 작년의 경우 전체 쓰레기 3천만t 가운데 20%나 되는 6만t이 바로 한번 쓰고 버린 쓰레기였다.
특히 요즘 주부들 가운데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1회용 기저귀는 아기가 성장할 때까지 6천∼1만장이 드는데 이 분량의 기저귀를 만들기 위해서는 약 72그루의 나무가 잘려나가야 한다. 더구나 이 기저귀가 자연상태로 분해되려면 3백∼5백년이 걸린다. 산소를 공급하는 나무를 잘라먹는 것도 적은 죄가 아닌데 공해의 주범역할까지 하고 있다.
잘 사는 외국의 주부들도 아기의 외출때만 1회용 기저귀를 사용하고 집에서는 면기저귀를 쓴다고 한다. 「1회용품은 지구를 떠나라」는 말이 실감난다.<손기상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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