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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물방울' 와인 투자의 묘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내 와인 셀러에는 희귀한 1982년산 '샤토 라플레르 보르도'(Chateau Lafleur Bordeaux) 와인 한병이 있습니다. 너무 비싸 미처 마실 생각은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처음 와인이 나왔을때 한 병을 350달러에 구입해 둔 것입니다. 지난 3월 자동차를 사는 데 돈을 보태기 위해 와인을 처분하려 했는데, 4만달러에 거래되고 있었습니다. 이제 가격이 좀 더 오를때까지 기다리려구요."

한 와인 애호가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와인에 대해 설명했다. 10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최근들어 와인 투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와인 투자자들은 가치 상승이 기대되는 종류의 와인을 보유해서 차익을 남긴다. 투자자들은 사치품으로 와인을 즐기기 위해 보유한다기 보다 자산을 저축하고 불리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미 영국을 비롯한 서구에서는 와인에 투자하는 펀드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보통 와인펀드에 투자하려면 최소 1만달러가 있어야 한다. 다른 자산과 마찬가지로 좋은 보르도 와인 가격이 절대 싸지 않기 때문이다.

영국 런던의 파인 와인 펀드의 공동설립자인 마일스 데이비스는 "2006년은 와인 투자 수익률이 최근 10년래 가장 좋았던 해"라고 밝혔다. 이들이 설립한 멤버스 어소시에이션 펀드는 지난해 상반기에만 10.1%의 수익률을 거뒀다.

파인 와인 펀드는 당초 500만달러의 자금을 갖고 시작했지만, 1억달러 규모로 자산을 늘릴 계획이다. 파인 와인 펀드는 좋은 와인들을 사고, 보유하고, 매각해 투자자들에게 수익률을 안겨주고 있다. 데이비스는 "대체 투자 자산으로써의 와인의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면서 "아직 와인 투자는 초기 단계"라고 설명했다.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위한 와인 투자'(Wine Investment for Portfolio Diversification)의 저자인 마헤시 쿠마르는 1983년부터 2002년까지 50개의 투자 가능한 와인들의 가치를 분석한 결과 와인이 뉴욕증시의 다우지수, 런던 증시의 FTSE100지수, 영국 정부채권지수의 수익률보다 높으며 변동성도 낮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쿠마르는 "와인 투자는 섹시하게 보인다"면서 "사람들은 내 와인 투자에 대해 말하기를 즐긴다"고 설명했다.

와인은 오래된 것이라고 좋은 투자 등급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보르도 레드와인 중 수익률이 좋은 빈티지의 와인은 1982년산, 1986년산, 1989년산, 1990년산, 1996년산, 2000년산이다. 이 빈티지를 가진 고급 투자 등급 와인들은 품질이 좋고 가격이 높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또 브랜드 가치에 따라 시간이 갈수록 가격이 올라간다.

특히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도멘 드 라 로마네 콩티' 같은 와인은 투자 가치가 매우 높다. 하지만 이 와인은 수량이 적어 와인 펀드가 원하는 수량을 맞추기 힘들다.

다른 상품들과 같이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가격을 끌어올리기도 하고 낮추기도 한다. 좋은 와인들은 한정된 수량을 갖고 있으며, 사람들이 코르크 마개를 열어 와인을 마실수록 남은 와인들은 적어진다.

전세계적인 경제성장으로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와인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러시아, 중국을 비롯한 이머징 국가들도 이제 와인 생산 대열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이들 신흥 부자들은 가격에 상관하지 않고 비싸고 좋은 와인들을 사모으고 있다.

1억유로(1억3500만달러)를 운용하고 있는 빈티지 와인 펀드의 매니저인 앤드류 데이비슨은 "와인은 예술품 시장과는 확연이 다르다"면서 "2000만달러짜리 피카소는 한명 만이 살수 있지만, 3만달러짜리 라피트 와인은 여러명이 살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00년 탄생한 와인 생산자들의 전자 거래 시스템인 런던 국제 포도주 거래소(LIVE)는 와인 투자를 투명하게 만들어 거래를 활성화시키고 있다. 이 거래소의 라이벡스(Liv-ex)100지수는 정기적으로 가장 많이 거래되고 있는 100개 블루칩 와인의 가격을 추산해 정해진다.

지난해 라이벡스100 지수는 49.7% 올랐으며, 올들어 4월 말까지 21.1% 상승했다.

마일스는 "최고 브랜드는 라피트였다"면서 "라피트는 모든 보르도 와인의 상승률을 능가하고 있으며, 라피트와 같은 포도원에서 나오는 2등급 와인인 카뤼아데 드 라피트의 가격까지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마일스는 "미국의 유명한 와인 평론가인 로버트 파커는 와인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면서 "우리는 그가 매긴 99~100점 와인이 97~98점의 와인보다 두배 가량 비싸게 거래된다는 점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와인 투자에는 위험도 뒤따른다. 가격이 하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보르도 컬트 와인인 라 몬도떼(La Mondotte)의 2000년 빈티지는 가격이 2004년부터 2006년까지 무려 37% 급락하기도 했다.

한 와인이 인기가 좋거나 나빠지는 것은 매우 복잡한 사안이다. 보통 캘리포니아 컬트 와인인 카베르네 소비뇽과 호주 쉬라즈 등은 대박의 가능성과 가격 급락의 위험도 함께 갖고 있다.

파커가 높은 점수를 매기면 초기에는 가격이 치솟지만, 이 가격이 지속되기는 힘든 경우도 많다. 이들 컬트 와인들은 전통의 와인 명가에서 생산하는 블루칩 와인들에 비해 장기적인 가치는 보통 뒤처지게 된다.

와인 펀드는 주로 영국에서 주도되고 있지만, 최근에는 홍콩 미국 호주 등에서도 출범하고 있다.

최근 와인 트러스트를 운영하고 있는 리처드 바칼은 "와인 투자를 위해서는 참을성이 많아야 한다"면서 "2005년산 와인의 경우 2015년에 가야지만 제값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영국 펀드들이 추천한 13개의 투자할 만한 와인 리스트들이다.

2000 샤토 오존(Chateau Ausone, 2만4850달러),
1986년 샤토 라피트 로쉴드(Chateau Lafite Rothschild, 1만3176달러),
1996년 샤토 라피트 로쉴드(1만379달러),
1996년 샤토 라뚜르(Chateau Latour, 7884달러),
1982년 샤토 무통 로쉴드(Chateau Mouton Rothschid, 1만5669달러),
1995년 카뤼아데 드 라피트(1176달러),
2003년 샤토 뒤크뤼 보카이유(Chateau Ducru-Beaucaillou, 1297달러),
2000년 샤토 그뤼오 라로즈(Chateau Gruaud-Larose, 1188달러),
1982년 샤토 라 미시옹 오트 브리옹(Chateau La Mission Haut-Brion, 1만4429달러)
1996년 샤토 랭슈 바쥐(Chateau Lynch Bages, 1437달러),
1995년 샤토 몽로즈(Chateau Montrose, 1054달러),
1990년산 돔 페리뇽(Dom Perignon, 3172달러),
1990년 샤토 라야 샤토네프뒤파프(Chateau Rayas Chateauneuf-du-Pate, 1만2786달러).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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