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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된 그림' 바젤리츠, 국립현대미술관서 전시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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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거꾸로 된 그림'으로 유명한 독일 신표현주의의 대표 작가 게오르그 바젤리츠(69)의 근작 41점이 국내 관객을 찾는다.

경기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7전시실에서 11일 개막하는 잊을 수 없는 기억:게오르그 바젤리츠의 러시안 페인팅 전이다. '러시안 페인팅'이란 동독 출신인 바젤리츠가 자신이 보고 자란 과거 러시아의 미술과 사진을 재해석해 1998년부터 2002년까지 제작한 시리즈를 말한다. 이 시리즈가 유럽이 아닌 지역에서 소개되는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작가가 청년기에 배웠던 사회주의 리얼리즘과 망명 후에 발전시킨 신표현주의를 어떻게 결합시켰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그의 과거 작품은 강렬한 터치, 뚜렷한 색깔, 두꺼운 물감 칠이 특징이다. 그에 비해 이번 시리즈는 무거운 주제를 가벼운 톤으로 처리한 점이 다르다. 점을 찍음으로써 대상을 그려내고, 때로는 여백을 빈 채로 남겨두기도 했다. 몰락하고 이미 사라져버린 이데올로기의 흔적을 다양하게 변주하고 있다. 김남인 학예연구사는 "신기루처럼 날아가 버린 한 시대의 열망과 그 열망이 배태한 이미지, 또한 그 몰락의 증거를 담은 작품들"이라며 "러시안 시리즈는 기억과 역사, 미술에 대한 회고이자 증언, 탐구라고 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바젤리츠는 1938년 동독의 도이치 바젤리츠에서 태어났다. 56년 동베를린 미술아카데미에 다니다가 '정치적 미성숙'을 이유로 제명당한다. 이듬해 서베를린으로 망명한 뒤 고향이름을 성으로 삼았다. 그는 69년 '머리 위의 나무'를 필두로 그림을 거꾸로 걸기 시작했다. 관람객을 당황하게 하면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이 방식은 새로운 시선으로 작품을 음미하게 했다. 그는 70년대 독일의 신표현주의 대표작가로 부상했고 90년대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워싱턴 스미소니언 미술관, 파리 현대시립미술관 등에서 전세계를 순회하는 대규모 회고전을 열었다. 바젤리츠는 2006년 독일 경제전문지 캐피털이 선정한 '세계에서 영향력있는 생존미술가'6위에 올랐다. 1위는 독일 신표현주의 작가 게르하르트 리히터, 2위가 미국의 비디오 아티스트 부르스 나우먼, 3위는 독일의 지그마르 폴케, 4위는 독일의 로제마리 트로켈, 5위가 조각가 루이즈 부르주아였다.

◆ 신표현주의=70년대 독일을 필두로 미국, 이탈리아에서 발전한 회화양식. 철학적이고 추상적인 미술에 반기를 들고 구상으로 관심을 돌렸다. 거대한 화면, 거친 붓터치, 강렬한 오브제, 콜라주와 몽타주의 도입 등이 특징. 주제면에서는 종교, 죽음, 성의 이미지를 주로 다룬다. 7월15일까지. 02-2188-6232.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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